정부 적극 나서야 석화 구조조정 골든타임 지킨다
파이낸셜뉴스
2025.09.14 18:08
수정 : 2025.09.14 18:08기사원문
사업재편 자율협약 한달째 공전
협상 활력 높일 인센티브 검토를
이렇게 시간만 허비하다간 자율협약은 휴지 조각이 될 운명이다.
이런 사태는 예견된 일이다. 정부는 석화업계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으로 선(先)자구노력, 후(後)지원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민간 산업분야의 구조조정을 위해선 업계가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보여줘야 하며 그다음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취지는 십분 공감하지만 현실은 따로 놀고 있다. 기업의 자구 노력을 지켜본 뒤 정부가 후속 지원책을 내놓는다고 하면, 민간기업이 스스로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방안을 선뜻 내놓을 리 없기 때문이다. 자산 매각이나 사업장 폐쇄가 기업 가치에 손해를 입힐 경우 배임의 소지도 있다. 기업 스스로 주주 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의사결정을 섣불리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번 석화 구조조정의 본질과 목표를 명심해야 한다. 중국과 중동발 공급과잉으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규모의 경제와 효율적 설비 운영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 그렇다고 경쟁력 없는 산업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하향평준화에 그쳐선 안 된다. 오히려 이번 구조조정 작업을 통해 우리나라 석유화학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상향평준화에 방점을 둬야 한다.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사안이다. 시간을 끈다고 자연스럽게 해소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연될수록 중국과 중동발 시장 잠식이 더욱 심각해져 우리 기업들의 설 자리만 줄어들 뿐이다.
정부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겉돌고 있는 석화 구조조정을 방관할 때가 아니다. 거대 산업의 통폐합은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그런 만큼 정부는 관망자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 업계가 요청하는 세제부담 경감과 공정거래법 예외 적용만으로 통폐합 작업이 순탄하게 이어지기 힘들다. 좀 더 예측 가능하고 체계적인 통폐합 프로세스를 업계에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민간기업들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독려하기 위해 적극 참여하는 기업에는 파격적 혜택을, 소극적인 기업에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까지도 두루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촉매 역할을 맡아 교착상태에 빠진 기업들 간 협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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