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금자 반인권 철저히 따지고 협상은 의연하게
파이낸셜뉴스
2025.09.14 18:08
수정 : 2025.09.14 18:08기사원문
쇠사슬 족쇄 묶여 72인실 수용
귀국날엔 3500억弗 투자 압박
호송차에 탑승한 상당수는 쇠사슬로 허리, 다리, 손목까지 채워져 흉악범 취급을 당했다.
구금시설도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근로자들은 초반엔 72인실 임시시설에서 지냈다. 변기는 대여섯 개인데 모두 오픈돼 있었고, 수갑에 족쇄까지 찬 상태로 생활했다고 한다. 그 후 2인 1실로 옮겨졌으나 여기서도 오픈된 변기를 사용해야 했다. 옆에는 겨우 하체를 덮는 천만 있었다고 한다. 서류 작성을 강요하며 어떤 설명이나 미란다원칙 고지도 없었고, 시종일관 고압적 분위기였다는 증언도 많다. 귀국 비행기를 탈 때까지 구금자들이 느꼈을 불안과 공포는 말도 못했을 것이다.
구금 사태 후폭풍은 앞으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당장 주요 인력이 모두 미국을 떠난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은 최소 3개월 이상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미국 시장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온통 불확실성투성이인 미국 투자에 몸을 사리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트럼프 정부가 노리는 미국 제조업 부활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처사에 국민적 분노가 들끓는데 미국 정부는 오히려 한술 더 뜬 관세 압박에 시동을 걸었다. 구금자들이 풀려나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11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국은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며 강공에 나섰다.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 운용방식과 관련해 한미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정부는 펀드 대부분을 대출·보증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 측은 직접투자를 요구한다. 일본이 수용한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정하면 일본은 45일 내 자금을 대기로 했다. 투자금 수익의 90%는 미국이 갖기로 했는데, 우리에게도 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4위 경제대국이자 준기축통화국인 일본과 우리의 처지가 같을 수 없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00억달러 수준이다. 트럼프 정부의 '투자 백지수표'를 그대로 수용할 순 없다.
협상이 계속 난항을 거듭하면 상호관세는 다시 25%로 오르고, 15%로 낮추기로 한 자동차 품목 관세도 25%로 원위치된다. 기업과 정부가 둘 다 속이 바짝 탈 것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첫째도, 둘째도 전체 국익이 우선이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유연함과 뚝심을 발휘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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