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라고 노동자 600배 받아도 되나”…교황, 머스크 ‘보너스’ 비판한 까닭

교황 레오 14세 첫 인터뷰서 머스크 언급
기업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 비판하며 빈부 양극화 경고

[파이낸셜뉴스] 교황 레오 14세가 세계 최초 ‘조만장자’를 앞두고 있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언급하며 빈부 양극화에 대해 경고했다.

레오 14세는 14일(현지시간) 공개된 가톨릭 매체 크룩스(Crux)와 인터뷰에서 "어제 일론 머스크가 세계 최초로 1조달러(약 1394조원) 부자가 될 거라는 기사가 나왔다“며 ”이게 가치 있는 유일한 것이라면 우리는 큰 문제에 직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지난 5일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에 대한 성과 보상으로 테슬라 전체 보통주의 12%에 해당하는 4억2374만3904주를 2035년까지 12단계에 걸쳐 지급하는 안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 시가총액치 목표 등 조건을 모두 갖췄을 때 보상안의 가치는 최대 9750억달러(약 1359조원)에 달한다. 이는 기업 역사상 가장 큰 보상 규모로, 이미 세계 최고 부자(순자산 4000억 달러)인 머스크가 10년 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조만장자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

교황이 이를 언급한 이유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격차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60년 전에는 CEO들이 노동자들보다 4∼6배 더 받았지만 최근 수치를 보면 이제는 평균 노동자들의 600배를 받는다"며 "아마 어떤 곳에서는 인간 삶의 더 고귀한 의미를 상실한 게 이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구촌 분쟁에서 교황청의 역할에 대해 "교황청이 평화를 옹호하는 목소리와 중재자로서 역할을 구분하고 싶다. 두 가지는 몹시 다르고 후자는 전자만큼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된 이래 교황청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어느 한쪽 편이 아닌 진정한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희망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는다.

나는 인간 본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레오 14세의 언론 인터뷰는 취임 이후 처음이다. 레오 14세는 지난 5월 가톨릭 사상 첫 미국인 교황으로 선출됐으며, 페루 시민권을 따고 수십 년간 사목활동을 한 바 있다.

[e-mail]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