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경영권 방어 수단 빼앗을 것

파이낸셜뉴스       2025.09.16 18:39   수정 : 2025.09.16 18:39기사원문
대한상의, 상법 개정 문제점 거론
통과시 적대적 인수합병 막지 못해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경영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대한상공회의소가 16일 내놓았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이른바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3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고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져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여당의 개정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주주들의 이익을 증대시키고,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끌어올려 오랫동안 한국 증시를 짓눌러온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자사주 소각은 이런 순기능 외에 여러 가지 역기능도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대한상의 보고서 내용이다.

대한상의는 5개 측면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가 소각을 의무화하면 기업들이 주식을 취득할 유인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취득하면 일정 기간 안에 소각해야 하는데 진정한 주가부양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취득할 이유가 없다. 결과적으로 법안이 바라는 주가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가 구조조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기업들은 자기주식을 취득한 뒤 재무구조 개선이나 전략적 제휴 등에 활용해 왔는데 소각을 의무화하면 구조조정 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주식 취득은 경영권 공격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활용돼 왔는데 이 또한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이유 때문에 세계 주요국들은 소각 의무화를 최소화하면서 자사주를 자유롭게 보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1차와 2차에 이어 그보다 더한 상법 개정안이 거론된 이후 재계는 여러 경로를 통해 정치권에 우려를 전달했지만 여당은 요지부동으로 강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기업들이 외국자본의 공격에 대항할 수단이 없어지는 것이다. 물론 태광그룹처럼 자사주를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하는 등 꼼수를 쓰는 기업들도 있지만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자사주 소각의 부작용을 고려해 소각을 의무화하더라도 신규 취득 자사주만 대상으로 하거나 일정 한도 이내 보유는 허용하는 등의 절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은 남겨둬야 한다. 주주이익과 증시부양도 정책의 목표가 돼야 하지만 그것이 경영권을 침해하는, 기업의 과도한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어떤 정책이라도 이익의 균형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만 해도 이미 기업들에 타격을 주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재계의 호소에 정부와 여당이 도무지 귀를 기울이지 않는 데 있다. 말로는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산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압박하고 옥죄고 있으니 어떤 기업인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겠나.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 말고 두루 반론을 들어 최종안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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