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교묘해진 덫… 카드배송 전화 한 통에 3억 증발
파이낸셜뉴스
2025.09.21 18:09
수정 : 2025.09.29 07:05기사원문
카드배송 보이스피싱 사기
보이스피싱 의심 땐 대응 말고
'내 카드 한눈에’서 발급 확인을
B씨는 사고인 것 같으니 카드사 고객센터로 전화하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상담원 C씨는 카드가 신청·발급됐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박OO' 명의 카드대금 연결계좌가 있는데 A씨가 신청한 사실이 없다면 아무래도 명의도용이 된 것 같다"고 했다. C씨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보안점검을 유도했고, A씨는 결국 휴대폰에 원격조정 앱을 스스로 깔았다.
D씨는 실제 금감원 직원 이름을 썼다. A씨 명의로 개설된 계좌가 모두 42개라고 겁을 줬다. 해당 범죄를 검찰에서 '보안사건'으로 분류해 수사 중이라며 사건번호까지 가르쳐줬다. "검찰청 번호(1301)로 전화해보라"고 했다.
이번엔 남부지방검찰청 검사라는 E씨가 받았다. 그는 "A씨가 유력 피의자"라며 겁박 수위를 높였다. 수사에 협조하면 약식기소, 그렇지 않으면 구속 수사하겠다고 압박했다.
E씨는 "지정한 4개 법원계좌에 A씨의 전 재산을 나눠 입금하라"고 했다. "입금 시마다 전산자료를 활용해 자금세탁 경로를 추적할 수 있게 되며, 그래야 전체 자산에 대한 수사를 종료할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사흘에 걸쳐 총 3억원을 송금했다. B, C, D, E씨는 모두 사칭범이었고, A씨는 그 돈을 다시 찾을 수 없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금융사나 공공기관은 앱 설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금감원이나 수사기관이 자금이체를 요구하는 일도 없다.
범죄자들이 설계해 놓은 범죄는 단계를 하나 넘을 때마다 빠져나오기 더 어려워진다. 처음부터 의심해야 발을 들이지 않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발급됐다고 하면 일단 알겠다고 한 뒤 금융결제원의 '내 카드 한눈에' 서비스를 이용해보면 된다"고 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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