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담대 27조 줄어… 무주택자 내집 마련 문턱 높아진다

파이낸셜뉴스       2025.09.21 18:09   수정 : 2025.09.21 18:16기사원문
정부, 생산적 금융 대전환 방침
자금 물꼬, 부동산→기업 투자로
우량 담보 위주 보수적 대출 선회
자금여력, 기업으로 돌릴지는 의문

정부가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때 책정하는 위험가중치(RW)를 5%p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은행권의 신규 주담대 공급이 약 27조원 감소할 전망이다.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위험가중치 조정 방침에 따라 은행이 주식을 보유할때 부과하던 RW는 400%에서 250%로 떨어진다. 은행이 적립해야 할 위험가중자산(RWA)이 약 31조6000억원 감소하면서 투자여력이 확대된다. 은행권에서는 기업금융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기대감을 나타내는 반면, 실수요자의 주담대 축소 우려 등 가계대출 시장에 미칠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해 내놓은'은행권 자본규제 개선방향'에 따라 은행들이 내년도 신규 주담대 규모 축소에 나서면서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권 대출이 더 어려워지거나 대출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제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일정 비율의 자기자본을 쌓아야 한다. 주담대 위험가중치 기준이 5%p 상향된 만큼 하락한 자본비율 방어를 위해 더 많은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지면 은행은 고신용자나 우량 담보 위주의 보수적인 대출 기조를 강화하기 마련이다.

A은행 기업금융 담당자는 "이번 조치는 물길(자금 흐름)을 가계에서 기업으로 바꾸려는 시도"라면서 "다만 모든 주담대를 일괄로 규제하는 효과가 발생해 무주택자의 1주택 마련을 위한 꿈마저 꺾어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B시중은행 관계자도 "은행들이 가계대출 RWA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용대출이나 전세대출, 고신용자 대출을 늘리려는 성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은행들은 주식 보유시 RW를 낮추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평가를 하면서도 정책 의도대로 RWA 늘어난 만큼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직접투자나 기업대출을 확대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C시중은행 기업금융 담당자 "은행의 주식 보유시 부과되던 RW 조정은 바젤 원칙에 가깝게 반영됐고, 펀드와 특례 투자에 정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경우 긍정적"이라면서도 "주담대의 경우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목적이 분명한데 은행들이 주담대를 줄여 생긴 여유분 만큼 기업대출에 나설 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기업대출에 대해 위험가중치를 낮추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정책적으로 제한할 필요없이 은행의 경험 통계에 맞게 부합하는 지만 점검할 것"이라면서 "별도로 상한이나 하한을 두는 형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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