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보이스피싱 피해금 6억원 수거해 중국 보낸 30대 남녀

중국 이름의 B씨, 위안화로 환전해 송금

[파이낸셜뉴스]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수억원을 받아 해외로 송금한 30대 남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최정인 부장판사)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33·여)와 B씨(36)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전자정보 파일을 몰수하고, 피해자들이 제기한 배상명령 신청은 모두 각하했다.

두 사람은 13명의 피해자를 속여 총 6억1000만원을 수거해 중국계좌로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2월까지 각각 조직 내 수거책과 환전책 역할을 맡아 활동했다. A씨는 전국을 돌며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수거했고, B씨는 전달받은 금품을 위안화로 환전해 중국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조직 총책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에게 검찰·금융기관을 사칭해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 "수사를 위해 현금을 전달하라"고 속였다. A씨는 서울 용산, 광주 시내, 충남 금산 등지에서 수차례 피해자를 만나 수천만원씩 수거했고,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B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B씨는 조직의 환전·송금 중간책으로서 메신저를 통해 '출', '오다집' 등 조직 내 은어를 주고받고, 금융사기 범행임을 인지하면서도 조직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피해자 중 한 명은 "보낸 돈이 수사기관을 통한 절차라고 믿었다"고 진술했고, 일부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가족 휴대폰을 압수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는 협박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맡아 전체 범행에 기여했고, 피해액은 막대하며 대부분 회복되지 않았다"며 "계획적·조직적으로 이뤄진 점에서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이 모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국내에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는 교제하던 남성의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 있고, 중단 의사를 밝혔으나 지속적인 회유와 지시로 범행을 계속한 점도 참작 사유로 인정됐다.

[e-mail] 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