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 10년 간 '1만개 선 붕괴'...."韓 축소지향형 경제로 전환"

파이낸셜뉴스       2025.09.29 15:54   수정 : 2025.09.29 15:54기사원문
대한상의, K성장 시리즈 2탄 보고서 韓경제 축소지향형 경제로 전환 주장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에서 기업 키우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금산분리 유연한 접근법도 주장



[파이낸셜뉴스] 국내 종업원 수 50인 이상 300명 미만 중소·중견기업이 10년 새 1만 개 선이 붕괴됐으며, 기업당 평균 종업원 수는 10년 전 43명에서 현재 40명대로 내려낮았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내지 못하는 일명 '좀비기업'은 전체 법인의 17.1%까지 늘어난 상태다. 한국경제가 '축소지향형

경제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경고 신호들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9일 'K성장시리즈 2탄' 기업 성장생태계 진단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16년을 전후해 최근 10년간△기업 규모 축소 및 영세화 △한계 기업 증가 △중간허리 기업 감소 등의 현상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상의는 한국경제가 '축소지향형' 경제로 전환되고 있다며, 정부의 기업정책 개편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기업 성장 생태계 위축의 첫 번째 징후는 기업 당 평균 종업원 수가 감소한 것이다. 지난 2016년 평균 43명이었던 기업 평균 종업원 수는 코로나19 확산기를 거치며, 40명대로 줄었다. 상의는 공장 자동화 영향도 있으나, 중소기업이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 게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축소지향형 경제의 또 다른 징후는 '좀비기업' 확산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좀비기업 비중은 2014년 14.4%에서 2017년 13.6%로 잠시 낮아졌다가 다시 증가하면서 2024년 17.1%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계기업의 노동생산성은 정상기업의 절반 수준(48%)에 불과하다. 한계기업의 증가는 곧 국가 생산성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세번째 문제점은 중간 허리 기업의 감소다. 종업원 수 50~299명 규모의 기업은 2014년 1만60개에서 2023년 9508개로 지속 감소했다.

상의는 축소지향형 경제를 방치할 경우, 생산성 둔화가 가속화돼 경제 체력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비 가파르게 감소했다. 한국은 2016~2018년 평균 2.1%에서 2020~2022년 평균 0.9%로 하락한 반면, OECD 24개국 평균은 같은 기간 0.5%에서 1.7%로 되레 상승했다.

상의는 축소지향형 경제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벤처 투자 시장 활성화, 민간 자본의 역할 강화, 중소기업 정책 자금 지원 체계 혁신, 무엇보다 대기업 차별적 규제가 아닌, 산업 생태계별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행·보험과 달리 시스템 리스크가 적은 자산운용사를 일반 지주사가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기업형 벤처캐피탈(CVC)규제도 보다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금산분리 정책에 유연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강석구 조사본부장은 "지금과 같은 '축소 지향형' 기업 생태계에서는 자원 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져 성장 역량이 큰 기업이 제때 도약할 수 없다"면서 "보호 위주의 중소기업 정책을 성장에 집중하는 등 기업 규모를 키우는 정책으로 국가 생산성 정체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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