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시대, 금융 규제가 승패 가른다
파이낸셜뉴스
2025.09.29 18:10
수정 : 2025.09.29 18:10기사원문
'미국 월가의 전설'이자 세계 최대 이더리움(ETH) 보유기업인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비트마인)의 톰 리 이사회 의장이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4시간 국경을 초월해 자본·인재·기술 경쟁이 펼쳐지는 웹3 기반 금융 시장에서 정부 규제는 시장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라는 주장이다.
29일 긴급 회동을 가진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감원장도 금융행정·감독 쇄신 의지를 밝혔지만 여전히 정책·감독·소비자 보호 기능은 충돌한다. 게다가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 뒤에서 기득권 유지를 위해 혁신 금융기업의 발목을 잡거나 기관 간 힘겨루기를 이어간다면 그 피해는 기업과 소비자 몫이다.
톰 리 의장의 지적도 현재 금융당국의 현실을 꼬집는다. 금융권과 빅테크 융합이 가속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만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달러 스테이블코인 등 친가상자산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당국은 '투기' 논리에 갇혀 시장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글로벌 자산 규모 8위로 올라선 비트코인 기반 금융상품에 국내 투자자만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RWA, AI 융합 금융 등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지금, 선제적이고 유연한 규제 틀을 마련하지 못하면 한국 금융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금융 서비스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는 기업의 성장 기회를 빼앗는 데 그치지 않는다. 스테이블코인 사례가 보여주듯이 국가 경쟁력과 금융주권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이제는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신산업 육성과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규율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해외 사례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 유동성 확보와 RWA 시장 선점은 정통 금융과 신기술의 시너지를 보여준다. 금융당국이 규제 일변도 사고에서 벗어나 혁신 생태계를 육성하는 조력자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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