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만명 무급휴직·4억弗 손실…7년 만에 악몽 재현

파이낸셜뉴스       2025.10.01 13:02   수정 : 2025.10.01 13:0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특파원】미국 연방 정부가 1일 0시 1분(현지시간)을 기해 7년만에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됐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핵심 쟁점인 공공 의료보험 '오바마 케어'(ACA·Affordable Care Act)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공무원들을 대거 정리해고 하고, 민주당이 추진하던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1일 0시 1분부터 셧다운


미국 공화당은 지난달 30일 셧다운 시간을 몇 시간 앞두고 상원 표결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연방정부 예산을 7주간 연장하는 법안은 찬성 55표, 반대 45표로 가결 정족수인 60표를 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항공 운항부터 월간 고용보고서 발표까지 다양한 업무에 차질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표결 전 민주당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 기자들을 만나 "셧다운이 되면 해고를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해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은 민주당의 책임이라는 취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셧다운을 정말로 하길 원하지 않지만, 셧다운을 통해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들을 없앨 수 있다면, 그것(없애는 대상)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것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민주당이 옳은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셧다운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회에서 "셧다운이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고, 우리가 원하지도 않고 미국 국민들도 원하지 않는 상황인데, 대통령은 마치 10살짜리 아이처럼 인터넷에서 장난을 치느라 바쁘다"라고 말하며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핵심쟁점은 오바마케어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 핵심 쟁점은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이다. 민주당은 저소득층 보험료(ACA)가 연말 만료되면 수 백만명의 보험료가 급등할 수 있다며 연장안을 강력히 요구했다.

올해 여름에 통과된 트럼프 대통령의 '빅 뷰티풀 빌(big beautiful bill)'에 포함된 메디케이드 삭감을 되돌리기 위한 것이다. 제프미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미국인의 건강보험을 계속 갉아먹는 공화당식 예산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갈등이 지지층을 결집하고 트럼프와 정면 대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오바마케어를 해체하기 위해 국민을 볼모로 잡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를 비판했다. 그는 "어떤 나라도 불법 이민자들과 이 나라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에게 의료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비용을 댈 여력이 없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단속은 지속되지만 필수 기능 중단


앞으로 연방 정부의 비필수 기능은 중단된다. 과거에도 수십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 휴직에 들어갔고, 국립공원 등 정부 시설이 폐쇄된 바 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났던 연방 정부 폐쇄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발생했다. 당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비용 등의 이견차로 한 달이상 연방 정부가 셧다운 됐다.

80만명의 근로자 일시 해고됐다. 의회예산국(CBO)은 당시 경제 생산량이 110억 달러 감소했으며 이중 30억 달러는 회복되지 않았다고 추산했다. 이번에 셧다운은 75만여명이 근로자가 휴직하고 하루에 약 4억 달러의 비용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언론들은 부처별 업무 영향에 대해 보도했다. 국토안보부(DHS)는 의회 예산보다는 수수료 등 다른 예산으로 운용돼 27만 1000명 직원 중 1만 4000명만 강제 휴직에 들어간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은 지속된다.

반면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직원 절반 이상이 휴직이 된다. 국무부 역시 국내 직원 절반 이상이 휴직처리 된다.

경제 지표 발표에도 영향을 준다. 노동통계국이 문을 닫아 9월 고용보고서 발표가 지연된다.
고용보고서는 물가 지표와 함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준다. 연준은 10월에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TD 증권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인 겐나디 골드버그는 "시장과 연준은 지금 사실상 눈 가리고 비행 하는 셈"이라며 "대체로 셧다운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이번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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