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명 구금 美비자 문제 미완의 봉합"...재입국 거부 트라우마 여전

파이낸셜뉴스       2025.10.01 13:37   수정 : 2025.10.01 13: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과 미국 양국이 미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317명 구금 사태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합의했다. 이에따라 그동안 지연된 미국 내 신축 공장들의 건설 재개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주일간 미 현지 구치소에 수감됐던 한국 근로자들이 미국 재입국을 꺼리고 있어, 완전한 법적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일 "이번 양국간 합의한 바에 따라 미국 내 공장 건설 및 운영 정상화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한미 상용 방문 및 비자 워킹그룹 첫 회의 결과와 관련해 "정부의 신속한 지원에 감사하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비자 워킹그룹 첫 회의에서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로도 B-1 비자 소지자와 동일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또한 주한 미국대사관 내에 대미 투자 한국기업 직원들의 비자 문제를 전담할 가칭 '코리안 인베스터 데스크(Korean Investor Desk)'를 이달중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당국이 문제가 됐던 B-1 비자·ESTA에 대한 현지 근로 활동 범위를 명확히 함에 따라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시일 내에 공장 건설이 재개될 전망이다. 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 현지에서 숙련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규모 구금 사태로 인해 배터리 공장 건설이 최소 2~3개월은 지연될 것이라고 지난달 중순 밝힌 바 있다.

이번 비자 협의는 지난달 4일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컴퍼니)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근로자 구금 사태 이후 불거진 단기 출장 근로자의 미국 체류 비자 적법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열렸다.

미국 이민당국은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현지 합작법인이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짓고 있던 배터리 공장을 상대로 불법 근로 단속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근로자 317명을 포함해 총 475명을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 인근 폴크스턴 구치소에 일주일간 구금한 뒤 석방했다.

미국 단기 출장용인 B-1 비자 혹은 무비자인 ESTA만 받은 상태로 현지 합작 법인에서 일한 게 화근이 됐다. 공장을 급습한 미국 이민당국은 근로가 허용되는 전문직 취업(H-1B) 비자나 주재원(L1·E2) 비자를 받지 않고 현지 법인에서 근로하는 행위를 모두 불법이라고 봤다.

그러나 전문직 취업 비자는 연간 8만 5000여개의 할당량이 정해져 있는 데다 한국인 몫은 수년째 2000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주재원 비자는 할당량이 없지만 비자 발급에만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된다.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단기 파견 근로에 마땅한 비자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배경이다.

해당 공장은 2023년 하반기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지분 50%씩 총 43억 달러(약 6조 원)를 들여 짓기 시작했다. 연산 약 30기가와트시(GWh), 전기차 약 30만대분의 배터리셀을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이달 완공될 예정이었다. 건설 공사는 끝나고 인테리어 작업 등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대규모 구금 사태로 관련 작업은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번 한미간의 비자문제 합의로 공장 건설 재개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이민당국이 추후 B-1 비자·ESTA 소지자에 대한 재감금을 막을 법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미 구치소에 수감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트라우마로 인해 미국 재 입국을 꺼릴 경우 공사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대표단은 이번에 발표한 개선조치를 넘어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측은 현실적인 입법 제약 고려시 쉽지 않은 과제라고 하면서 향후 가능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만 답변했다.
한미 양국은 차기 회의를 조속한 시일 내 개최해 한국의 대미 투자기업 인력의 미국 입국 관련 애로 해소 및 비자문제 개선을 위한 협의를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김학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