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가볍게, 덕담은 풍성히… 가족 간 '배려'가 최고의 보약
파이낸셜뉴스
2025.10.03 04:00
수정 : 2025.10.03 04:00기사원문
벌초·성묘 등 야외 활동 많은 명절
쯔쯔가무시병·렙토스피라증 주의
풀밭에 눕지말고 장갑과 장화 착용
기름지고 열량도 높은 추석 밥상
밥 양 줄이고 나물 위주 반찬 섭취
과식 했다면 산책하거나 스트레칭
고령자·당뇨 등 만성질환자 주의
지나친 가사노동 무릎 등 관절 부담
"건강한 식사 나누며 가족과 대화를"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고향을 찾는 발걸음, 풍성한 음식을 준비하는 손길, 오랜만에 가족과 마주하는 설렘이 가득하다.
하지만 즐겁기만 할 것 같은 명절이 실제로는 여러 건강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명절은 마음의 휴식과 가족 간 유대감을 다지는 시간이지만, 건강을 지키지 않으면 오히려 병원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작은 생활습관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안전하고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을철 발열질환, 작은 방심이 큰 병으로
추석 전후로는 벌초·성묘·등산 등 야외활동이 크게 늘어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쯔쯔가무시병, 렙토스피라증, 유행성 출혈열과 같은 가을철 발열질환이다.
쯔쯔가무시병은 풀숲에 서식하는 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하는데, 고열·두통·피부 발진·피로감이 주요 증상이다. 치료가 늦으면 폐렴, 신부전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렙토스피라증은 설치류의 소변에 오염된 물이나 흙을 통해 전파되며, 홍역과 유사한 발진·황달·근육통을 동반할 수 있다. 유행성 출혈열 역시 설치류의 배설물이 건조되며 생기는 분진을 흡입해 감염되며, 치명적인 출혈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예방은 간단하다. 풀밭에 앉거나 눕지 말고, 장갑과 장화를 착용한다. 야외활동 후에는 옷을 바로 세탁하고 샤워해 진드기나 오염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박 교수는 "야외활동 후 갑작스러운 발열·몸살 증상이 있으면 단순 감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히 진단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풍성한 음식, '절제'가 최고의 건강 전략
추석 밥상은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하지만 맛있다고 마음껏 먹다가는 소화불량, 체중 증가, 고혈압·당뇨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명절 음식의 공통점은 기름지고 열량이 높다는 것이다. 전 한 접시에 약 300칼로리, 갈비찜 한 그릇에 700칼로리 이상이 들어간다. 여기에 단 음료와 술까지 곁들이면 하루 권장 칼로리를 훌쩍 넘기기 쉽다.
박 교수는 "밥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물·채소 위주의 반찬을 곁들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떡이나 전은 한두 개만 맛만 보고, 식사 후에는 산책이나 스트레칭을 통해 소화를 돕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과식 후 곧바로 눕는 습관은 특히 위험하다. 위산 역류와 복부비만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명절 이후 체중이 늘었다면, 2~3일간 저녁 식사를 가볍게 줄여 원래 체중으로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먹을만큼 음식을 하는 것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음식을 많이 준비해 남은 전이나 고기 요리를 억지로 먹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불필요한 칼로리 섭취로 비만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는 혈압·혈당 변화를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명절 음식은 고염·고지방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음식들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당 변동성을 키워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술자리가 잦은 명절에는 음주 조절이 필수다. 알코올은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고, 고칼로리 음식과 함께 섭취하면 간과 췌장에 이중의 스트레스를 준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하루 권장량을 넘지 않도록 스스로 절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끼를 과하게 먹는 대신, 가족과 함께 건강한 음식을 나누며 대화를 즐기는 것"이라는 점이다.
■관절 건강, 퇴행성 관절염 예방하기
명절에는 제사 준비와 가사노동으로 무릎과 허리에 큰 부담이 간다. 쪼그려 앉아 음식을 만들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다 보면 퇴행성 관절염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무릎을 굽혀 허리에 부담을 줄이고, 앉았다 일어날 때는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또 생선·견과류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관절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평소 예방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즐거운 연휴가 끝난 뒤에는 일상으로의 복귀가 쉽지 않다. 흔히 '연휴 후유증'으로 불리는 피로증후군은 수면 리듬이 깨지고 과식·과음이 겹쳐 생긴다.
박 교수는 "아침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낮잠은 20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귀경 후에는 일찍 귀가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연휴 마지막 날은 늦은 밤까지 활동하지 말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근 첫날에는 무리하지 말고 가벼운 업무부터 시작해 서서히 리듬을 회복해야 한다.
박 교수는 "추석은 기쁨을 나누는 자리이지만, 건강을 해치면 오히려 병원에서 보내야 할 수도 있다"며 "음식은 가볍게, 덕담은 풍성하게 나누는 것이 진정한 명절의 지혜"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자는 과식·과음을 반드시 피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미루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응급실 방문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족 간 서로 배려하고, 함께 준비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추석 명절은 바쁜 일상 속에서 숨을 고르고, 가족 간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기쁨도 반감된다. 예방, 절제, 배려라는 세 가지 원칙을 지키면 누구나 안전하고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수 있다.
올 추석 건강과 행복을 함께 챙기려면 음식은 절제해 가볍게, 말은 덕담으로 따뜻하게, 생활습관은 규칙적으로 지켜야 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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