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때도 없이 오가자 했는데"… 韓, '강경보수' 다카이치 등장에 투트랙 외교 '비상'
파이낸셜뉴스
2025.10.06 07:00
수정 : 2025.10.06 07:00기사원문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야스쿠니 참배, 독도 발언 등 상징적 강경 행보 가능성이 높아 대통령실의 전략이 초기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카이치발 '역사 충돌' 막아라…셔틀외교 실무 트랙은 흔들림 없이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최근 일본 자민당 총재 당선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새 내각과도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한일 관계의 긍정적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일 간 셔틀 외교가 완전히 복원된 만큼 새 내각이 출범하는 대로 신임 총리와도 활발하게 교류를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식적인 협력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다카이치 신임 총재의 과거 행보, 특히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다케시마(독도)의 날' 장관 파견 필요론 등 강경 보수 성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후 초기 참배 여부, 발언 수위 등 100일 동안 보일 실제 행보를 면밀히 살핀다는 방침이다. 만약 상징적 충돌이 현실화될 경우 외교부를 통해 대사 초치 및 공식 항의 등 원칙적 대응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의 첫 행동이 한일 외교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4일 총재 선거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적시에 적절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다카이치 총재는 야스쿠니를 "전몰자 위령의 중심 시설"이라고 규정하며 "어떻게 위령할지, 평화를 기원할지는 적시에 적절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카이치는 이 문제를 "절대 외교문제로 삼을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 향후 참배 강행 시 한일 외교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변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한일관계의 실무 협력 트랙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부산 회담을 통해 셔틀외교는 제도적 안정 단계에 진입했다. 두 정상은 △저출산·고령화 △국토균형성장 △농업 △방재(재난 대응) △자살대책 등 5대 공통 사회문제를 상시 논의할 부처 직할·전문가 동반 협의체 운용에 합의하며 실질 협의 구조를 마련했다.
대통령실은 이처럼 부산 합의로 제도화된 5대 공통 문제 협의체와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협력, 청년·문화 교류 확대 등은 다카이치 총리 등 정권 교체에도 이어지는 연속성의 관점에서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상징적인 이슈의 충돌 가능성을 분리·차단하고 국민 생활 및 산업과 직결된 협력 분야는 속도를 유지하는 실리 외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부산 회담은 일본 정상이 서울 밖 도시에서 양자 회담을 가진 것이 21년 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당시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과 십이장생도 앞 기념촬영 등 파격적 의전은 양국 우호 상징을 극대화했다. 이시바 총리가 회담 직전 부산 영락공원 고(故) 이수현 씨 묘소를 참배한 것 또한 우호 메시지를 강조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新 아베' 공포에 외교가 우려…"구조적 협력은 지속될 것"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강경파인 총리가 상징적인 이슈를 터뜨릴 경우 실무 협력의 연속성 레일 자체가 탈선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국 간 정치적 신뢰 기반이 견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대중적 지지를 위해 우경화 이슈를 반복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아베 신조 총리 집권 당시에도 역사·영토 문제 강경 대응이 장기간 한일 관계 냉각을 초래했으며 이는 경제협력까지 연쇄적으로 위협했던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깊어진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가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비슷한 정치적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해석은 더욱 힘이 실린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의 대외 정책이 총리의 개인 성향보다는 미일 동맹 및 중국 견제라는 구조적 요인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새 총리도 북핵 공조, 공급망 재편 등 공동의 전략적 과제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다카이치조차 최근 총재 선거에서 한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며 일관성 있게 유지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며 "셔틀 외교의 안착과 정착을 확인하고 후임 총리에게 미래 발전적인 관계 유지를 촉구하는 의미도 지난 부산 회담에 담겼다"고 분석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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