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달러 약세·채권 불안이 불붙인 ‘금 광풍’

파이낸셜뉴스       2025.10.06 09:25   수정 : 2025.10.06 09: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올해 들어 금 가격이 50% 가까이 폭등하며 트로이온스당 3800달러를 넘어섰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촉발한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고 여기에 금 상장지수펀드(ETF)로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상승세를 가속했다.

6일(현지시간)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최근 4주간 금 ETF로 순유입된 자금은 136억달러에 달하며, 올해 누적 유입액은 6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ETF가 보유한 금의 총량은 3800톤을 넘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위험자산 급락기에 근접한 수준으로 불어났다.

루카 파올리니 피크테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앙은행 매입에 이어 개인·연기금까지 장기 편입에 나서면서 금이 더 이상 주변 자산이 아닌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존 ‘주식 60%, 채권 40%’ 자산배분 모델 대신 ‘주식 60%, 채권 20%, 금 20%’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채권의 안전자산 역할이 약화된 대신 금이 대체 수단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의 변동성과 사상 최대 수준의 국채 발행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누버거버만의 마야 반다리 최고투자책임자는 “주식 비중이 높은 투자자에게 금이 채권보다 더 안정적인 분산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금을 ‘테일 헷지(tail hedge·극단적 리스크 대비)’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의 프란체스카 포르나사리 본부장은 “연준의 독립성 상실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진 않지만, 그 위험에 대비해 금을 일정 비중 보유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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