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포기하지 말자” 캐디 한마디에… 황유민, LPGA 직행 드라마

파이낸셜뉴스       2025.10.08 13:07   수정 : 2025.10.08 13: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하와이의 푸른 바람이 불던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 바로 그곳에서 한국 여자골프의 ‘돌격대장’ 황유민(롯데)이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우승. 그러나 그 트로피보다 더 빛났던 건 우승 후 그의 말이었다. 황유민이 들려준 이야기에는 한 젊은 골퍼가 어떻게 꿈을 현실로 바꿨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롯데에서 주신 기회에 보답하고 싶었어요”라는 그의 첫 마디에는 스폰서에 대한 감사, 그리고 책임감이 묻어 있었다. 황유민은 “LPGA 우승은 오랜 꿈이었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LPGA 투어 카드 획득이 덤처럼 따라왔지만, 이번 우승은 그 이상의 의미였다.



황유민은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10언더파, 생애 최고 스코어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음날 75타는 혹독했다. 많은 선수들이 이 지점에서 흔들린다. 그러나 황유민은 달랐다.

그는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과정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대신 ‘집중’과 ‘차분함’을 선택했다. 최종라운드 17번 홀, 그리고 마지막 두 홀에서의 버디. 그 순간이 바로 황유민이 말한 ‘과정의 힘’이었다.

“10번 홀로 이동할 때, 타수가 벌어져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당시를 회고했다. 황유민은 인간적인 솔직함으로 자신의 불안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다음 한 문장이 모든 걸 바꿨다. “그때 캐디가 ‘지금까지 너무 잘하고 있으니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힘을 냈다”고 운명의 순간을 회고했다.

LPGA 무대의 승부는 종종 기술이 아닌 ‘마음’이 결정한다. 황유민은 자신을 믿지 못했던 순간, 옆의 한마디로 다시 달라졌다. 그 작은 믿음이 18번 홀의 과감한 투온 시도, 러프에서의 정교한 칩샷, 그리고 버디 피니시로 이어졌다.



황유민은 인터뷰 내내 담백했다. “그냥 준비한 대로 자신 있게 치는 게 목표였다”라는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건 욕심이 아니라 ‘꾸준함’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하지만 황유민은 “남은 시즌 한국에서 1승을 더 하고 싶다”며 현실적인 목표를 밝혔다. "매년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싶다"는 그의 상투적인 목표는 마치 이번 우승이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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