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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포기하지 말자” 캐디 한마디에… 황유민, LPGA 직행 드라마 [인터뷰]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08 13:07

수정 2025.10.08 13:07

지난 5일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에바비치의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오픈에서 황유민(오른쪽)이 캐디와 두 주먹을 맞부딪히고 있다. 대홍기획 제공
지난 5일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에바비치의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오픈에서 황유민(오른쪽)이 캐디와 두 주먹을 맞부딪히고 있다. 대홍기획 제공

[파이낸셜뉴스] 하와이의 푸른 바람이 불던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 바로 그곳에서 한국 여자골프의 ‘돌격대장’ 황유민(롯데)이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우승. 그러나 그 트로피보다 더 빛났던 건 우승 후 그의 말이었다. 황유민이 들려준 이야기에는 한 젊은 골퍼가 어떻게 꿈을 현실로 바꿨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롯데에서 주신 기회에 보답하고 싶었어요”라는 그의 첫 마디에는 스폰서에 대한 감사, 그리고 책임감이 묻어 있었다. 황유민은 “LPGA 우승은 오랜 꿈이었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LPGA 투어 카드 획득이 덤처럼 따라왔지만, 이번 우승은 그 이상의 의미였다.

지난 5일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에바비치의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오픈에서 황유민이 트러블 샷을 하고 있다. 대홍기획 제공
지난 5일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에바비치의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오픈에서 황유민이 트러블 샷을 하고 있다. 대홍기획 제공

황유민은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10언더파, 생애 최고 스코어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음날 75타는 혹독했다. 많은 선수들이 이 지점에서 흔들린다. 그러나 황유민은 달랐다.

그는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과정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대신 ‘집중’과 ‘차분함’을 선택했다. 최종라운드 17번 홀, 그리고 마지막 두 홀에서의 버디. 그 순간이 바로 황유민이 말한 ‘과정의 힘’이었다.

“10번 홀로 이동할 때, 타수가 벌어져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당시를 회고했다. 황유민은 인간적인 솔직함으로 자신의 불안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다음 한 문장이 모든 걸 바꿨다. “그때 캐디가 ‘지금까지 너무 잘하고 있으니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힘을 냈다”고 운명의 순간을 회고했다.

LPGA 무대의 승부는 종종 기술이 아닌 ‘마음’이 결정한다. 황유민은 자신을 믿지 못했던 순간, 옆의 한마디로 다시 달라졌다. 그 작은 믿음이 18번 홀의 과감한 투온 시도, 러프에서의 정교한 칩샷, 그리고 버디 피니시로 이어졌다.

지난 5일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에바비치의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오픈에서 황유민이 티샷을 하고 있다. 대홍기획 제공
지난 5일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에바비치의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오픈에서 황유민이 티샷을 하고 있다. 대홍기획 제공

황유민은 인터뷰 내내 담백했다. “그냥 준비한 대로 자신 있게 치는 게 목표였다”라는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건 욕심이 아니라 ‘꾸준함’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하지만 황유민은 “남은 시즌 한국에서 1승을 더 하고 싶다”며 현실적인 목표를 밝혔다.
"매년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싶다"는 그의 상투적인 목표는 마치 이번 우승이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