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누수 공사 불편, 계약 해지사유 안 돼”...법원, 임차인 청구 기각

파이낸셜뉴스       2025.10.08 16:28   수정 : 2025.10.08 16:28기사원문
“임차인 의사 반한 공사 진행 아냐”...‘휴업 팻말’도 붙여
“2주 공사, 사용불능 상태 아냐”…보증금 일부 반환 판결



[파이낸셜뉴스]보수 공사 기간에 정상 영업이 어렵다는 명분은 임대차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계약 해지가 인정되는 기준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정도의 방해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73단독 정서현 판사는 지난 4월 상가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보증금 5000만원 반환과 손해배상금 5000만원, 건물명도 소송에서 보증금 일부만 인정해 B씨가 A씨에게 1938만원을 돌려줘라고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4월 B씨 소유의 상가건물 1층을 임차해 횟집을 운영했다. 보증금은 5000만원, 월세는 280만원, 계약기간은 2023년 4월 30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 2년이었다.

그런데 B씨가 소유한 같은 건물 지하층 상가에 누수가 발생했고, B씨는 문제 해결을 위해 위층인 A씨의 주방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양측은 A씨가 주방을 치우고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기로 합의했고, 공사는 2023년 9월 1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됐다.

이후 A씨는 “B씨가 아래층 누수의 책임을 내게 돌리며 영업을 방해했다”며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는 “누수 문제로 상가를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A씨가 2023년 8월 이후 3회 이상 월세를 연체했고, 이로 인해 오히려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며 반소(원고를 상대로 한 맞소송)를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해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공사기간 동안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거나 휴업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임대차계약 자체를 해지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임대인이 임차인의 의사에 반해’ 보존행위(임대물을 본래 상태로 돌려 놓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625조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의사에 반해 보존행위를 하고, 그로 인해 임차인이 목적물의 사용·수익을 달성할 수 없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A씨가 공사 전 주방을 치우고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준 점 등을 고려하면 의사에 반해 주방공사를 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A씨가 공사 당시 상가 입구에 ‘임시 휴업’ 안내문을 부착했고, 인근에 다른 지점을 운영해 고객을 그쪽으로 안내할 수도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재판부는 “2주간의 공사기간 상가를 사용하지 못해 ‘임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재판부는 B씨가 2024년 5월 31일 반소장을 제출하며 계약 해지를 통보한 시점을 임대차계약 종료일로 보고, 그때까지 연체된 차임과 배관 공사비 등을 제외한 1938만원만 반환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상가의 주방 방수공사 등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했던 16일 동안의 휴업 외에는 A씨가 이 사건 상가에서 영업할 수 없었고, 그것이 B씨의 부당한 방해행위 때문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며 나머지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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