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후 답답한 속… 몸속 '담적(痰積)' 의심해야
파이낸셜뉴스
2025.10.08 14:44
수정 : 2025.10.08 14:31기사원문
체한 느낌과 트림, 가스, 더부룩함
한의학선 '담적'이 쌓인 것으로 진단
소도와 화담으로 노폐물 분해·배출
[파이낸셜뉴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은 가족과 친지들이 오랜만에 모여 정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다.
그러나 풍성한 음식과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무심코 반복되는 과식과 음주, 불규칙한 수면은 몸속 소화기관에 생각보다 큰 부담을 준다.
연휴가 끝난 뒤 “속이 늘 더부룩하다”, “조금만 먹어도 체한 것 같다”, “트림이나 가스가 자주 나온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 불규칙한 식사시간, 과도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까지 겹치면 몸속 대사와 자율신경의 흐름이 흐트러지면서 복합 증상이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단순히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보지 않는다. 몸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담적(痰積)’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본다.
담적이란 쉽게 말해 음식물의 찌꺼기, 노폐물, 점액성 독소가 장기간 쌓이면서 위장 점막과 장벽 사이에 굳어붙은 상태를 말한다. 이런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속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소화기의 운동성을 떨어뜨리고, 영양 흡수를 방해하며, 장내 가스와 복부 팽만을 유발한다.
담적이 형성되면 단순한 소화불량을 넘어 다양한 전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복부가 늘 불편하고 트림이 많아지거나 속이 자주 쓰리는 것은 물론이고, 입 냄새가 심해지거나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 장기간 방치하면 두통, 어깨 결림, 만성 피로, 불면, 우울감, 자율신경 불균형 등 소화기 외적인 증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담적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단순히 소화제를 복용하거나 식습관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굳어버린 담적을 제거하기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담적치료(痰積治療)’다. 한의학적 담적치료는 위장에 쌓인 점액성 노폐물을 녹여내고 배출을 유도하며, 손상된 비위(脾胃)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은 소도(消導)와 화담(化痰)이다. 소도 요법은 음식이 체내에서 머물러 발생한 적체(積滯)를 풀어주어 위장의 운동성을 높이는 치료이며, 화담 요법은 점액성 노폐물을 분해하고 배출을 촉진한다.
여기에 체질과 증상에 맞는 한약을 처방하면 장내 환경이 점차 정화되고, 연동운동과 소화 효소 분비가 활발해져 근본적인 회복이 가능해진다.
또한 침·뜸 치료를 통해 복부 혈류 순환을 개선하고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것도 담적 치료의 중요한 과정이다. 이는 단순히 위장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의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면역력과 피로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담적 치료를 통해 오랜 기간 소화제를 달고 살던 환자들이 증상을 완화하고, 전신 피로감이나 만성 통증까지 개선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담적은 명절 이후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지만, 과식·기름진 음식·불규칙한 생활이 반복되는 추석 연휴 직후가 가장 쉽게 쌓이는 시기다. 따라서 연휴가 끝난 뒤 최소 3~5일은 위장에 휴식을 주는 것이 좋다.
과식을 피하고 식사량을 줄이며,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식후 가벼운 산책을 통해 장운동을 촉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기에 체질에 맞는 한방치료를 병행한다면 담적이 다시 쌓이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다.
소화기 건강은 단순히 위장의 편안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몸속에서 영양 흡수, 면역 반응, 호르몬 분비, 자율신경 조절 등 전신 기능과 직결된다. 추석 연휴 후 소화기 불편감이 오래 지속된다면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라고 넘기지 말고, 담적 여부를 정확히 점검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몸속 깊은 곳부터 건강을 회복한다면, 명절 이후에도 활기찬 일상과 건강한 소화 기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안덕근 자황한방병원 병원장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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