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입헌·국민민주, 당수회담 추진…‘反자민 연대’ 현실화되나
파이낸셜뉴스
2025.10.13 14:17
수정 : 2025.10.13 14: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이달 20일 이후 있을 차기 총리 지명 선거를 둘러싸고 일본 각 정당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정권이 와해된 가운데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3년만의 정권 교체를 노리며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제3야당 국민민주당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던 국민민주당이 13일 입헌민주당의 당수회담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3야당이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입헌·국민민주 조만간 당수회담..정책 조율 가능할까
입헌민주당이 정권 교체를 위해 임시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 때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다마키 국민민주당 대표를 야당 단일 후보로 밀며 정책 방향 조율이 가능하다고 꾸준히 어필하자 이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 교체'를 주장하는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2012년 자민당에 정권을 내줄 때 총리였으며 당내에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민주당이 입헌민주당보다 높은 편이다.
국민민주당과 입헌민주당은 당수회담 안건을 사전에 정리하기 위해 조만간 당 간사장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다마키 대표는 이날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와도 이번주 내 간사장 회담을 갖도록 신바 가즈야 간사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대표가 바뀌면 총리를 새로 뽑는다. 총리 지명선거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이 각각 실시하며 결과가 다를 경우 중의원 결과를 따른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당선이 확정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결선 투표에서는 단순히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총리로 선출된다.
중의원 총 465석 중 자민당 196석, 입헌민주당 148석, 일본유신회 35석, 국민민주당 27석, 공명당 24석 등이다. 과반은 233석이다. 입헌민주당의 제안대로 야당이 결집하면 정권은 교체될 수 있는 구조다.
■안보·에너지 정책 조율이 관건..유신회는 상황 주시
다만 이번 당수 회담에서 양당간 의견 조율이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입헌민주당은 집단 자위권 행사를 한정적으로 용인하는 안보 관련법의 위헌 부분 폐지와 원자력발전 축소를 주장하지만 국민민주당은 이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갖고 있다.
다마키 대표는 이날도 안보·에너지 정책을 언급하며 “총리 자리를 노리기 위해 기본 정책을 굽히는 일은 결코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입헌민주당이 국민민주당 요구대로 정책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40∼50명 정도로 알려진 입헌민주당의 진보 성향 의원이 총리 지명선거에서 다마키 대표에게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유신회는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 간 줄다리기를 주시하면서 야권 단일화 참여 여부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유신회는 야당 협력에 호응하는 자세를 보이면서도 자민당 협력 방안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야당들이 정책 조율을 끝내지 않고 수의 우위를 앞세워 정권 교체를 추진할 경우 정권이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비(非)자민당 정권으로 교체가 이뤄졌던 것은 1993년 호소카와 연립 정권과 2009년 민주당·사민당·국민신당 연립 정권 단 두 번 뿐이다. 호소카와 내각은 8개월 만에 와해했고 민주당 정권도 3년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다카이치, 총리에 선출돼도 ‘가시밭길’
이같은 야당 움직임에 자민당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자민당 중견 의원은 아사히신문에 “야당이 (정권 쟁취) 의지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임시국회가 소집되기까지 남은 1주일 동안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건”이라고 경계했다.
야당이 결집하지 못하고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가 총리에 선출된다고 해도 ‘초소수 여당’으로서 가시밭길은 이어질 전망이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출범 초반부터 크게 삐끗하며 ‘쇄신’의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자민당 인사는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공명당과 국민민주당이 합의한 정치 후원금 개혁안에 입헌민주당과 유신회도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럴 경우 자민당은 모든 걸 잃게 된다. 코너에 몰리면 결국 중의원 해산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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