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초고속'으로 식수로 만든다...물부족 해소 기대
파이낸셜뉴스
2025.10.14 08:57
수정 : 2025.10.14 08: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이상준 교수, 미래기계기술 프론티어 리더 양성 교육연구단 히긴스 윌슨(Higgins Wilson) 박사 연구팀이 낮과 밤, 날씨에 상관없이 바닷물을 더 빠르게 식수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전 세계적 ‘물 부족’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최근 '커뮤니케이션즈 엔지니어링(Communications Engineering)'에 게재됐다.
14일 POSTECH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표면의 70%가 바다지만, 마실 수 있는 담수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담수화 기술은 인류가 직면한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최근에는 태양열을 활용한 계면증발(ISG1))’ 기술이 물-공기 계면의 물 분자만을 가열하는 특성 탓에 증발 성능이 우수하여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날씨와 낮·밤 변화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핵심은 빠른 증발과 함께 높은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는 소재다. 연구팀은 구멍이 촘촘한 수세미 구조의 '유리질 탄소 스펀지(glassy carbon foam)'를 활용했다. 이 소재는 가볍고 튼튼하며 고온에서도 안정적이다. 이 소재에 ‘티올(thiol)'이라는 화학물질로 처리해 물 흡수력을 높이고 전기저항을 약 0.75Ω(옴)까지 낮춰 전기가 잘 흐르도록 했다.
그 결과 순수한 물을 증발시키는 실험에서 증발기 표면 온도가 빠르게 물의 비등점에 가까운 약 98°C에 도달했고, 시간당 205kg/㎡의 수분을 증발시켰다. 이 증발률은 기존 세계 최고 기록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농도(3.5wt%)의 바닷물 조건에서는 증발이 일어나는 표면에 염이 석출돼 증발 속도가 크게 느려지지만 시간당 18kg/㎡를 처리하며 전례 없는 담수화 성능을 입증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의 강점은 안전성과 실용성이다. 날씨나 낮·밤에 상관없이 일정한 성능을 유지해 사막이나 해안 지역 등 물 부족 지역에서 활용도가 높다. 빠른 고온 가열이 가능해 살균이나 공기 중 수증기를 포집해 식수로 전환하는 기술에도 응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POSTECH 이상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계면 증발식 담수화가 직면한 성능 한계를 뛰어넘은 혁신”이라며, “급속 고온 가열 전략은 담수화뿐만 아니라 살균이나 물 수확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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