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지명 지연에 외교 공백 심화..중일 관계 어려워질까

파이낸셜뉴스       2025.10.14 17:58   수정 : 2025.10.14 17: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자민당·공명당 연립이 26년 만에 붕괴하며 차기 총리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이달 하순으로 다가온 정상 외교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4일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준비해왔으나 차기 정권의 윤곽이 보이지 않자 일정 조율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동맹국 및 주변국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닛케이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정상급 국제회의가 잇따라 열리는 가운데 신임 총리 선임 일정이 지연되면서 일본 외무성과 각국 당국간 정상회담 조율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

오는 26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정상회의가 열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일정에 맞춰 28일 전후로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다. 오는 31일부터 11월 1일에는 한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일본 신임 총리가 시 주석 및 이재명 대통령과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일본 외무성은 당초 이달 15일께 임시국회가 소집돼 새 자민당 총재가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후임으로 취임할 것으로 보고 준비를 진행해왔다.

실제로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차관은 자민당 총재 선거 나흘 뒤인 지난 8일 자민당 본부를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에게 10월 하순 있을 외교 일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공명당이 지난 10일 자민당과의 연립정권 탈퇴를 발표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총리 지명 선거에서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총리로 선출된다. 만일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상위 두 후보 간 결선 투표가 치러지며 다수표를 얻은 후보가 총리가 된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면 중의원의 결과가 우선된다.

현재 중의원 내 자민당 의석은 196석이다. 과거 공명당과의 연립으로 자민당은 기본 표 220석을 확보했으나 공명당이 연정을 탈퇴하며 200석 이상은 얻기가 어려워졌다. 반면 야당인 입헌민주당(148석)과 국민민주당(27석), 일본유신회(35석)는 합계 의석이 210석에 달한다.

3야당이 단일 후보를 내면 그 후보가 최다 득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밀고 있는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가 총리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처럼 총리가 누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각국 당국과의 정상회담 조율이 극도로 어렵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달 말 외교 일정을 소화해야 할 수도 있다.

일본 외무성 내에서는 "새로운 총리의 방침과 생각을 듣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많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주재한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에 주요 7개국(G7) 중 일본만 정상이 참석하지 않는 등 이미 정국 불안정이 외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11일까지 아직 미일 정상회담 취소를 알리지 않아 일본 외무성은 예정대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는 아직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총리 지명 전에 중국 측에 회담을 타진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며 "잘못된 메시지가 된다"고 말했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오키나와현 센카쿠열도 문제와 주중 일본인의 안전 확보 등 현안이 많다.
우발적인 충돌을 피하려면 정상 간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중국 내에서 다카이치 총재의 역사·영토 문제 관련 보수적 발언과 태도에 대해 경계심이 높은 상황에서 대중 관계를 중시해 온 공명당까지 자민당과의 연립을 이탈한 상황이다. 닛케이는 "자민당 정권이 계속된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중일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