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순응하는 삶 살겠다던 춤꾼 겸 연극인, 5명에 새 삶 선물하고 떠나
파이낸셜뉴스
2025.10.15 10:42
수정 : 2025.10.15 10: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겠다'던 60대 춤꾼 겸 연극인이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1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박현덕 씨(60)는 지난 8월 부산 동아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폐·간·양측 신장을 5명에게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인체 조직은 100여명 환자의 기능적 장애 회복에 활용될 예정이다.
수영 강습을 받던 도중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박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뇌사 판정을 받았다.
평소 가족들에게 삶의 끝에는 자신이 가진 재산과 몸을 어려운 사람에게 나눈 뒤 떠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던 박씨는 지난 2022년 기증원을 통해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신청했다.
가족들은 이러한 박씨의 뜻대로 기증에 동의했다.
경남 남해군 상주면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부산에서 자란 박씨는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는 동아대 풍물패에서 활동하다 대학 졸업 후 극단 '자갈치'에서 연기와 탈춤, 마당놀이를 했으며 이후에는 극단을 떠나 객원 배우와 예술 강사로 활동했다.
이후 경주로 거처를 옮긴 박씨는 최근까지 지역 시민단체와 환경 살리기, 탈춤 등 민속 예술 계승에 힘쓰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공연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고 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하면서도 함께 하는 이를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박씨는 10년 넘게 헌혈을 40번 이상 꾸준히 해 왔고 쉬는 날이면 농사를 지어 어려운 이웃에게 먹을 것을 나눠 주기도 했다고 한다.
고인의 아내 김혜라 씨는 "공연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5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100여 명에게 희망을 나눴네.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 싶다던 바람대로 떠나게 되었구나. 열정적이며 자유로웠고, 봉사의 삶을 살았던 당신은 하늘의 별이 됐네. 무대에서 환하게 빛나던 당신을 기억해. 사랑하고 고맙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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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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