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 다시 뒤집혀…"노태우 비자금 인정 못해"

파이낸셜뉴스       2025.10.16 12:06   수정 : 2025.10.16 15:10기사원문
대법, '재산분할' 부분 파기환송
재산분할액 1심 665억→2심 1조3808억
위자료 20억은 그대로 확정



[파이낸셜뉴스] 8년간 끌어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이 대법원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SK 측에 흘러 들어갔다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에 대해 '불법성'을 지적하며 법적 보호영역 밖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재산분할에서도 고려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재산분할 부분에 대해 파기환송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는지였다. 최 회장 측은 1994년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증여받은 2억8000만 원으로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현 SK C&C)을 취득해 노 관장 측의 기여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해당 주식을 특유재산이라고 보고 제외했지만, 2심은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해 재산분할 산정에 반영했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이나 상속·증여로 취득하게 된 재산으로,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에서 빠진다. 다만 혼인 기간이 길거나, 배우자가 특유재산 증식·유지에 기여한 경우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해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어음 봉투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 선대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봤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기나 방식은 특정하지 못했지만, 이 돈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자금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법의 보호영역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불법의 원인으로 인해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민법 746조를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노태우가 1991년경 최종현에게 300억 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노태우가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이 지원한 돈에 대해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에서의 기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대법원은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노태우의 행위가 법적 보호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에서 피고(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최 회장이 처분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재산을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한 원심 판단에도 잘못이 있다고 봤다. 최 회장은 2014년 한국고등교육재단에 SK C&C 주식을, 2018년 최종현 학술원과 친인척에게 SK 주식을 증여한 바 있다. 또 2012년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에 대한 증여, SK그룹 급여 반납 등으로 재산을 처분했다.

대법원은 "혼인 관계가 파탄된 이후 부부 일방이 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 없이 적극 재산을 처분했다면 해당 자산을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그대로 보유한 것으로 봐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할 수 있다"면서도 "그 처분이 부부 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 형성·유지와 관련된 것이라면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존재하지 않는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법리를 새롭게 제시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의 재산 처분에 대해 "혼인관계 파탄일인 2019년 12월 이전에 이뤄졌고, 원고가 SK그룹 경영자로서 안정적인 기업 경영권 내지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혹은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행한 것"이라며 "원고 명의 SK 주식회사 주식을 비롯한 부부공동재산 유지 또는 가치 증가를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자료 부분은 그대로 유지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위자료 액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은 지난 1988년 결혼했다. 그러다 최 회장이 2015년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최 회장은 2018년 2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맞소송(반소)을 냈다.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665억원, 위자료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 사실상 노 관장이 패소했다. 반면 2심은 노 전 대통령과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해 재산분할 액수는 1조3808억원, 위자료는 20억원으로 높였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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