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울린 곱창집, 14년만의 서울 귀환..韓日 합작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파이낸셜뉴스
2025.10.17 09:32
수정 : 2025.10.17 09:26기사원문
재일한국인 2.5세인 정의신 연출의 대표작
[파이낸셜뉴스] 1970년대 재일한국인의 삶을 웃음과 눈물로 그려낸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용길이네 곱창집'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재일한국인 2.5세인 정의신 연출의 대표작이자 한일 문화교류의 상징으로 꼽히는 이번 공연은 10월 일본 초연에 이어 11월 한국 무대로 이어지며 시대를 넘어선 감동을 전한다.
예술의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 공동 제작
첫 공연부터 기립박수와 객석의 뜨거운 눈물을 이끌어낸 이 작품은 현지 언론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본격적인 투어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작품은 오는 11월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야끼니꾸 드래곤'은 2008년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과 일본 신국립극장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작품으로, 재일한국인 2.5세인 정의신 연출이 자신의 삶과 시대적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연출했다. 1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이번 공연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정의신 연출은 사회적 약자와 이방인의 삶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온 일본에서 손꼽히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다. 2023년 5월 영화 '기생충'을 연극으로 각색·연출해 도쿄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작품 배경을 일본 간사이 지역으로 바꿔 사회적 모순과 불평등,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는 예리한 시선으로, 현지 언론과 관객의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은 정의신의 작품 세계를 그대로 응축시켜 놓은 수작으로 재일교포의 삶과 정체성이 섬세하게 녹아있는 사실주의 연극의 정석이다. 정의신 연출은 지난 8월 일본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2025년 공연에는 한국과 일본의 초연 멤버들이 다시 모였다.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다듬어진 '야끼니꾸 드래곤'을 선보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재일교포 가족의 삶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작품은 1970년대 일본 간사이 지방을 배경으로, 전쟁으로 한쪽 팔과 아내를 잃은 용길이 곱창집을 운영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재일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곱창집은 용길의 용(龍)을 따서 ‘야끼니꾸 드래곤’이라 불린다. 용길 전처의 두 딸, 재혼한 아내 영순, 그리고 영순이 데리고 온 딸과,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아들까지, 고단한 현실과 장애와 차별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재일한국인 가족의 삶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깊은 감동으로 선사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막이 오르기 20분 전부터 배우와 악사들이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미리 관객을 맞이한다. 고기를 굽는 냄새, 흥겨운 연주가 어우러진 프리쇼(Pre-show)를 통해 관객은 극이 시작되기 전 이미 곱창집 손님으로 초대되어, 작품의 일부가 된 듯한 색다른 경험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정의신 연출은 이번 공연의 특별한 관람 포인트로 프리쇼를 꼽으며 “공연 시작 전 20분과 인터미션 15분 동안 두 명의 악사가 장구와 아코디언으로 직접 들려주는 흥겨운 음악을 꼭 즐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시 만나는 초연 멤버와 한일 배우들의 완벽한 앙상블
이번 무대에는 2008년 초연 멤버와 새롭게 합류한 한국과 일본의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아버지 ‘용길’ 역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온 이영석이 맡는다. 어머니 ‘영순’ 역은 연극 '헤다 가블러', '엘리펀트 송' 등에 출연하며 정의신 연출의 페르소나로 활약해온 고수희가 무대에 선다. 시즈카의 약혼자 ‘윤대수’ 역은 영화 '대가족',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박수영, 단골 손님 ‘오일백’ 역은 정의신 연출 작품에 가장 많이 출연한 김문식이 맡는다.
가수를 꿈꾸는 셋째 딸 ‘미카’ 역에는 신예 정수연이 합류해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고수희, 박수영, 김문식은 2008년 초연 멤버들이다.
예술의전당은 “2008년 초연과 2011년 재연 당시 전 회차 매진과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전설적 명작을 다시 선보이게 돼 매우 뜻깊다”며, “특히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작인 이번 연극을 통해 양국이 서로의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교류를 넓혀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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