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어치 소화기 주문?···재촉했던 그, 입금하자 사라졌다
파이낸셜뉴스
2025.10.19 05:00
수정 : 2025.10.19 06:34기사원문
A씨가 방법을 잘 모른다고 하자, B씨는 전문 수입업체를 알려주고 대리 구매한 후 납품을 해주면 대금을 납입하겠다고 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씨는 해당 수입업체 소속 대리라고 밝힌 C씨에 연락을 취하게 됐다. 이후 소통은 카카오톡으로 이뤄졌다. A씨는 당일 구매가 되는지 문의했고 이후 수량, 단가, 부가세 등이 기재된 견적서 송부를 요청했다. C씨는 금방 견적서를 보내왔고, 입금을 재촉했다. 서류상으론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여 A씨는 1000만원을 송금했다.
비슷한 수법에 피해를 입은 53세 남성 D씨도 있었다. 그는 지난 8월초 부천시청에서 주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E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E씨는 긴급재난 안전키트 100여개를 구입해야 하는데, 기존 거래처가 갑자기 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업체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해당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를 소개시켜준 후 대리 구매한 뒤 납품해달라고 요청했다.
보이스피싱 설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해당 업체에 연락해보니 담당자는 마침 신규거래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기존 거래 가격에서 30%를 깎아주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그 만큼 마진을 남길 수 있겠다고 생각한 D씨는 기뻐하며 선결제 금액 2000만원을 곧바로 보냈다. 그러자마자 둘 모두 연락이 끊겼다.
유사한 사건이 또 있었다. 여기까지 보면 사실 소재와 세부 사항만 다를 뿐 보이스피싱의 전체적인 구조는 대동소이하다는 걸 알 수 있다. F씨는 지난 7월초 강화군청에서 일하는 행정관이라는 인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 사칭범은 군청에서 하는 노인복지 사업을 위해 다육식물을 구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방식은 D씨 사례와 다르지 않다. 기존 거래처가 상품 가격을 높여 구입이 힘들게 됐다고 하면서 다육식물은 그대로 납품해주고 이를 심을 화분만 기존 거래처에서 대신 사달라고 했다. 이 보이스피싱 역시 F씨가 1500만원가량은 송금하고 나서야 끝났다. 당연히 돈을 되찾을 수 없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든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대리 구매를 요청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만일 해당 인물 발언이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직접 해당 기관에 재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이 같은 ‘노쇼 사기’ 유형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상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아 지급정지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유의해야 한다. 해당 법엔 ‘재화 및 용역의 제공을 가장한 행위’에는 적용을 제외한다고 돼있기 때문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당·국가기관·지자체·공공기관 직원 등을 사칭해 타인을 기망·공갈한 행위도 전기금융통신사기에 포함시켜 긴급 조치 대상으로 넣자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지난 6월 발의했다. 그해 8월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되긴 했으나 이후 진행된 절차는 없는 상태다.
전화 한통에 금전뿐 아니라 삶까지 빼앗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조선피싱실록]은 금융감독원과 함께 고도화·다양화되고 있는 보이스피싱 등의 수법을 매주 일요일 세세하게 공개합니다. 그들의 방식을 아는 것만으로 나를 지킬 수 있습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