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의 영역에 들어선 비만, "넉달 만에 20kg 빠졌어요"
파이낸셜뉴스
2025.10.23 14:22
수정 : 2025.10.21 15:03기사원문
GLP-1 비만치료제가 바꾼 다이어트 시장 질병으로서의 비만.. 폭발적인 시장 성장세 완벽하진 않지만 비만치료 패러다임 바꿔
[파이낸셜뉴스] “살이 빠지는 게 눈으로 보이니까 운동이 즐겁다. 넉달 만에 20kg가 빠졌다.”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체중계 위에 오르는 게 두려웠다.
잦은 회식과 야식,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체중이 80kg까지 늘었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헬스장 등록과 식단 조절을 시도했지만, 의지력이 부족했다. 항상 몇 주를 버티지 못하고 포기했다. 그러던 중 병원에서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처방받으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그는 약 4개월 만에 체중을 60kg 초반대로 줄였다. 이후 ‘요요’로 3~4kg이 다시 늘었지만, 위고비 사용을 중단하고 다이어트 한약과 식단 조절로 체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는 “비만은 단순히 의지 부족이 아니라 질병이라는 걸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만은 질병, 치료 시대 활짝 열렸다
비만은 더 이상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했다. 체내 에너지 대사 이상으로 인해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대사성 질환’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비만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비만 유병률은 2008년 31.8%에서 2023년 38.4%로 상승했다. 10명 중 4명은 비만에 해당하는 셈이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관상동맥질환 등 각종 대사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비만을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바라보는 인식 변화가 본격화된 것은 GLP-1 계열 약물의 등장 이후다.
GLP-1 유사체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다. 이 약물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 배출을 지연시켜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며 △뇌의 식욕조절 회로에 직접 작용해 식욕을 억제한다.
대표적인 약물이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와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다. 위고비는 주 1회 주사하는 방식이며, 평균 15~20%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됐다. 기존 비만치료제보다 효과가 3~4배 높다는 평가다.
마운자로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간다. GLP-1과 GIP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작용제’로, 식욕 억제와 포만감 유지를 강화했다. 단일 작용제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크고, 당 대사 개선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벽하진 않지만.." 비만치료의 판을 바꿨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등장은 단순한 약물 혁신을 넘어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끌고 있다. 먹는 걸 참지 못하는 의지 부족으로 치부됐던 비만이, 이제는 치료와 관리의 대상이자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질환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A씨의 사례처럼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는 데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완벽한 치료제는 아니다. 구역감, 어지러움, 변비, 설사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으며, 복용 중단 시 일정 부분 ‘요요’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만은 만성질환이므로 약물은 관리 도구 중 하나일 뿐, 생활습관 개선 병행을 강조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GLP-1 계열 약물이 비만의 병태생리를 직접 겨냥하는 첫 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을 치료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이 약물의 등장은 의학적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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