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게 당한 캐나다, 연기금에 "경제 국수주의 맞서 국내 투자 의무화"

파이낸셜뉴스       2025.10.21 04:34   수정 : 2025.10.21 04: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캐나다 정부가 연기금의 국내 투자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에 들어서면서 ‘경제 국수주의(economic nationalism)’가 본격적인 주류가 됐다고 보고, 막대한 연기금이 국내 투자 활성화에 쓰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캐나다 연기금은 3조캐나다달러(약 3039조원) 규모에 이른다.

미국 달러 기준으로는 2조2000억달러로 지난해 캐나다 국내총생산(GDP) 2조1400억달러를 웃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장관은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캐나다가 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5000억캐나다달러 신규 자금을 투입하려 하고 있다면서 연기금이 그 주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졸리 장관은 세계 경제에 ‘경제 국수주의’라는 새 조류가 밀어닥치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캐나다 금융사들이 국내 투자를 떠받쳐야 하며, 둔화된 캐나다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 은행, 연기금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우리가 캐나다를 우선 생각하고, 자본을 우리의 입(몫)에 먼저 쏟아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졸리는 이달 새로운 산업전략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 관세에 대응해 캐나다 내 일자리를 만들고, 외국인 투자도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오랜 기간 연기금들은 수혜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그들은 수혜자들과 그들 자신의 나라, 그들이 처한 환경, 수혜자들이 사는 곳에 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수익금 규모보다 나라를 생각해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캐나다 정부는 연기금 국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일부 규제를 완화했다. 이전까지는 연기금이 기업 경영권을 장악하고, 적극적인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캐나다 연기금이 국내 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30% 넘게 보유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이 규정을 철폐했다. 트럼프의 경제 국수주의에 맞선 조처였다.

이 규제로 인해 연기금의 캐나다 기업 주식 보유 비중은 2000년 28%에서 2023년 4%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바이 캐나다’ 캠페인도 시작했다. 캐나다 경제를 “G7(주요 7개국)에서 가장 강한 경제”로 만들겠다는 이 ‘바이 캐나다’ 캠페인에 따라 정부 조달은 캐나다 제품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1분기 연율 기준 2.0% 성장했던 캐나다 경제는 트럼프 무역전쟁 충격 속에 2분기에는 1.6% 역성장했다. 2분기 수출은 전분기 대비 7.5% 감소했다.

그러나 연기금 국내 투자 압박은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 부총재를 지낸 폴 보드리는 연기금에 국내 투자를 강요하면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 위험을 높여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아는 사람들끼리 배타적으로 끼리끼리 이익을 공유하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보드리는 연기금에 국내 투자를 의무화하는 대신 정부가 사회적으로 유익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제시하거나, 대형 펀드들이 간과하는 중견기업을 찾아 투자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투자를 유도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투자 의무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강제하기보다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접근이 더 나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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