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이면 국경 뚫려… 태국·미얀마로 '스캠 본거지' 확산

파이낸셜뉴스       2025.10.26 17:58   수정 : 2025.10.26 20:30기사원문
단속 피해 인접국으로 대거 이동
캄보디아 조직과 사실상 '한 몸'
한국인 불법 알고도 자발적 합류
범죄 수익으로 유흥생활도 즐겨
태국 정부, 추방 대신 재판 회부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30만원 정도만 주면 국경이 그냥 열린다고 봐야죠. 웃돈을 주면 국경수비대가 불법 월경 에스코트까지 해줍니다."

최근 온라인 스캠 범죄가 국제적으로 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캄보디아를 주요 무대로 삼던 범죄조직들이 태국, 미얀마 등 주변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태국, 미얀마 등 일부 국경의 경우 이들 범죄조직들이 국경수비대에 뇌물을 주고 정식 출입국 수속 없이 왕래를 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캄보디아발 범죄가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만원 주면 국경수비대가 에스코트까지

26일 본지가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태국과 미얀마 사이 국경의 경우 8000바트(약 32만원)만 내면 여권 확인을 비롯한 정식 출입국 수속 없이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에서는 최근 취업 사기를 가장한 불법 스캠 가담 모집글이 목적지로 방콕을 적극 내세우는 것도, 태국과 미얀마 국경이 취약한 점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앞서 구출된 20대 한국인도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내려 미얀마 국경 도시 미야와디의 범죄단지로 넘겨졌다가 지난 6월 극적으로 구출된 바 있다.

현지에서는 캄보디아를 탈출한 범죄조직과 태국과 미얀마 내 조직이 한 통속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들 조직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된 조직이어서 사실상 '지부를 옮기는 격'이란 주장이다. 캄보디아 조직 대부분이 2023년 미얀마 내 중국과 미얀마 정부의 합동 단속에 '풍선효과'로 캄보디아로 이주한 조직들로 사실상 '한 몸'으로 간주된다. 현지 관계자는 "태국·미얀마에서 검거된 한국인들이 캄보디아 웬치(범죄단지) 사정을 이미 알고 있고, 그들과 실시간으로 연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알고도 합류…수익으로 유흥생활 즐겨

태국대사관에 따르면 올해 태국에서 피해자로 주장하는 한국인 5명이 구출되고, 온라인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28명이 검거됐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스캠 범죄 모집책들이 접촉 단계에서 하는 일이 보이스피싱 등 불법행위라는 것을 먼저 알리는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구출 혹은 검거된 사람 중에는 20대 청년뿐 아니라 30대 가장도 있었다"고 전했다.

태국 내 스캠 조직은 캄보디아와는 다르다. 일정 시설에 감금돼 일을 강요당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범죄행위를 하며 수익을 챙기는 철저한 성과제로 운영된다. 서울과 방콕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인 전형환 메가엑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태국 내 스캠 범죄 조직은 매일 점수표가 공개되는 철저히 실적제"라며 "실적을 낸 조직원은 밤에 그 수익으로 유흥을 즐기는 등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반면 실적이 떨어지면 바로 폭행이 시작된다"면서 "쇠방망이에 전류를 흘려 때리거나 총으로 위협하기도 한다"고 운영 방식을 설명했다.

태국 정부도 최근 한국인들의 스캠 범죄를 사회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태국 정부는 올해 8월부터 한국인 보이스피싱 피의자에 대한 처리를 재판 후 송환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그동안 범죄혐의로 체포되면 즉각 한국 송환했지만 이제 단순한 외국인 범죄가 아니라 사회를 뒤흔드는 문제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전 변호사는 "현재 교도소에 수십 명의 한국인이 스캠 범죄와 연관된 혐의로 복역 중"이라고 전했다.

미얀마는 남부 도시인 미야와디를 중심으로 글로벌 스캠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미야와디는 미얀마 최대 웬치(범죄단지) 중 하나인 'KK파크'가 위치한 도시다. 카지노 시설이 많고 중국계 조직이 대규모 기업형 스캠단지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시아누크빌로 불린다. 천기홍 부산외국어대 미얀마어과 특임교수는 "2023년 중국과 미얀마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많은 웬치들이 미얀마에서 캄보디아로 이동했지만, 온라인 스캠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미야와디와 스캠범죄 외에도 마약, 장기밀매 등이 벌어지는 골든트라이앵글(중국·미얀마·라오스 접경 지역) 지역은 여전히 범죄조직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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