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남양연구소 주행시험 협력사 근로자…대법 "불법 파견"
파이낸셜뉴스
2025.10.27 11:11
수정 : 2025.10.27 11:11기사원문
"현대차 지휘·명령 받고 업무"…1·2심 판단 유지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시제차 주행시험을 담당했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A씨 등 16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차가 내구주행시험 차량에 대한 발주서를 전달하면, 협력업체 팀장이 주행할 근로자와 일일 주행거리 등을 정하는 식으로 업무가 이뤄졌다. A씨 등 근로자들은 주행시험일지를 기록해 팀장에게 제출했고, 팀장은 이를 토대로 작성한 시험차 현황 문서를 현대차에 제출했다.
현대차는 1997년부터 도급계약을 맺고 차량 시험과 정비·점검 업무를 맡겼는데, 수급업체는 여러 차례 바뀌었다. A씨 등은 협력업체가 교체되는 경우, 고용 승계돼 업무를 지속해왔다.
A씨 등은 2017년 현대차가 파견법을 위반해 불법적으로 파견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파견법은 제조업 생산공정 과정에 파견 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1심에 이어 2심은 현대차의 상당한 지휘·명령이 있었다고 보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원고들은 내구주행시험을 현대차가 정한 시험일정, 순서에 맞춰, 현대차가 설정해 준 운행 모드에 따라 반복적으로 주행하는 작업을 했다"며 "원고들로서는 현대차로부터 작업량,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장소, 작업시간 등을 직접 개별적으로 지시받은 것과 다를 바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내구주행시험 수행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재량이 거의 없어 이를 거부하는 것이 사실상 허용되지 않았다"면서 "협력업체는 외부에 별도의 사업장이나 사무실조차 두고 있지 않고,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도 갖추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2심도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면, 도급인의 지시에 따른 근로자의 노무 제공은 종속성이 인정돼 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 측이 판결에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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