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신뢰 없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조선시대 당백전 우려...은행 중심 안전판 만들어야”
파이낸셜뉴스
2025.10.27 16:09
수정 : 2025.10.27 16:08기사원문
신뢰 없는 화폐 붕괴 경고한 한국은행
코인런, 규제우회 등 리스크 총 7가지
혁신 인정하지만 은행권 컨소시엄 필요
유관기관 정책협의기구도 만들어져야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섣부른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앞서 제도적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자체의 혁신성은 금융시스템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책협의기구를 구성해 준비자산 등 발행주체 자격요건을 따져 묻고, 은행 주도의 컨소시엄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7가지 위험요, 조목조목 제시한 한국은행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될 경우 일곱 가지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법정통화와의 ‘1대1 가치 유지’를 약속하고 있지만 유동성 불안이 생길때마다 가격이 달라지는 ‘디페깅(Depegging)’ 현상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 2023년초 서클 스테이블코인(USDC)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영향으로 한때 0.88달러까지 떨어졌다.
준비자산을 100% 안전자산으로 구성하더라도 ‘코인런(코인 투자자들의 현금 상환 요구가 쏠리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봤다. 클릭 한 번으로 수많은 보유자가 동시다발적으로 환매를 시도하게 될 경우 그 파급력이 은행의 뱅크런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어 한은은 금산분리 원칙이 훼손되고 규제 우회와 자본유출 위험 등의 문제도 수반될 수 있다고 짚었다. 박 팀장은 “국내 대기업은 강력한 플랫폼을 자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화폐 발행 등 지급결제업이 허용될 경우 독점적 지위가 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거래 추적은 용이하지만 거래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아내기 어려운 블록체인의 특성상 자본 외환규제를 우회할 우려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소비자 보호 공백 △통화정책 효과 약화 △금융중개 기능 약화 등도 리스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발행 주체는 ‘은행권’...관련 협의체 구성 필요해
특히 스테이블 코인의 목표가 국가 간 접근성임을 고려할 때, 기축 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큰 수요가 발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제2의 기축통화인 유로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인 EURC의 경우 발행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시장에서의 발행 비중이 0.2%에 불과한 상태다.
한은은 잠재적 부작용을 고려할 때 은행권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공고히했다. 박 팀장은 “은행은 자본 외환 규제를 엄격히 받고 있어 리스크 관리도 가능하고 통화신용정책과의 조화도 용이하다”며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도 적극적인 만큼 은행이 발행을 책임지고 주도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며, 유관부처 간 정책협의기구를 구성해 발행량, 준비자산 등을 협의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미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연내 국회 제출을 목표로 하는 ‘가상자산 2단계 법안’에 대해서도 안전판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병목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한국의 크립토 마켓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한은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우려되는 리스크에 대해 제도적으로 보완해 입법이 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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