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난달 서해 구조물 주변서 韓 조사선 막아…韓中 또 대치
파이낸셜뉴스
2025.10.28 11:17
수정 : 2025.10.28 11:17기사원문
올해 2월 이어 7개월만
美 CSIS "中, 통제권 강화 위해 존재감 과시 전략"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7일(현지시간) 발간한 '잠정조치수역에서의 한중 대치' 보고서를 통해 "9월 말 잠정조치수역을 둘러싸고 한중 간 긴장이 또 한 번 고조됐다"고 밝혔다.
CSIS가 해양 정보 회사 '스타보드 해양 정보'의 자동식별시스템(AIS)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9월 24일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의 해양조사선인 온누리호는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진입했다.
그 다음날인 25일 온누리호와 한국 해경 함정은 중국이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한 양식 구조물 선란 1호와 2호에 접근했다. 온누리호가 시설 점검을 위해 구조물에 접근하자, 중국 해경 함정 두 척이 온누리호를 양쪽에서 에워쌌다.
중국 함정 두 척은 구조물 주변을 지나 귀항하는 온누리호와 한국 해경 함정을 15시간 동안 추적했고, 두 선박이 잠정조치수역을 벗어난 후에야 추적을 멈췄다. 양국 선박들은 가장 가까울 때는 3km(1.7 해리)까지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은 심해 연어 양식 시설이라며 잠정조치수역에 선란 1호(2018년)와 2호(2024년)를 설치했고, 2022년에는 관리시설이라며 석유 시추 설비 형태의 구조물도 설치했다.
한국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이 서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영유권 주장을 위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설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고, 정부도 여러 차례 중국에 우려를 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26일에도 온누리호가 잠정조치수역에서 중국의 철골 구조물 점검에 나섰다가 이를 중국 해경이 막아서면서 양측 해경이 대치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CSIS는 "이번 사건은 2025년 2월 발생했던 대치 상황과 유사해 보인다"며 "중국이 분쟁 해역에 일방적으로 설치한 해양 구조물 주변에서 의도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감시 활동을 지속하는 패턴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SIS는 "중국이 잠정조치수역 내에서 한국 선박의 항행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모든 외국 선박에 대해 배타적경제수역 내에서의 항행 자유를 보장하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CSIS는 "중국이 해경을 동원해 잠정조치수역 경계를 순찰하고 한국 정부 선박이나 조사선을 추적하는 행위는 엄밀히 말해 양국 협정이나 유엔해양법협약을 위반하진 않지만, 이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이 분쟁 수역의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해 온 '그레이존' 전략과 닮았다"고 말했다. 이는 무력 충돌을 피하면서도 해경의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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