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케어 디바이스, 피부에 정말 효과 있을까?
파이낸셜뉴스
2025.11.01 09:00
수정 : 2025.11.01 09: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작년 초 한 미용기기 업체가 코스피에 상장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9조 원. 주가는 상장 이후 5배 넘게 뛰었고, 최근에는 LG생활건강을 제치며 화제가 됐다. 이 회사의 LED 마스크와 고주파 기기는 출시 4년 만에 전 세계에서 수백만 대가 팔렸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팔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이저 토닝 후에도, 울쎄라 시술 후에도 환자들은 홈케어 기기를 묻는다. 병원에서 좋아진 상태를 집에서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피부미용레이저를 다루며 깨달은 게 있다. 디바이스 자체의 물리적 효과보다, 그것이 만드는 심리적 변화가 훨씬 크다는 것. 그리고 치료 목적으로 쓸 때는 병원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폭발하는 시장국내 가정용 뷰티기기 시장은 5년 만에 3배 넘게 성장했다. 2030년에는 글로벌 홈케어 피부관리 시장이 200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숫자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대한 주도권을 원한다. 혈압계, 혈당계로 시작된 '의료의 민주화'가 이제 피부 관리까지 온 것이다.
여기에 헤일리 비버 같은 셀럽들이 SNS에 올린 디바이스 사진이 불을 지폈다. 특정 배우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LED 마스크는 한 달 만에 완판됐고, 뷰티 유튜버의 후기 영상 하나로 예약 판매가 만 대를 넘기기도 했다. 이 기업은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증권가는 올해 연매출 1조 원 돌파가 가능하다고 본다.
치료 목적에서는 확실한 효과
홈케어 디바이스가 진가를 발휘하는 때가 있다. 자외선이나 과도한 세안으로 손상된 피부의 홍조, 가려움, 따가움. 이런 미세 염증 초기 단계에서는 크라이오스틱이 효과적이다. 주 1회 병원 관리보다 매일 수시로 증상 나타날 때마다 즉시 냉각하는 게 훨씬 낫다.
실제로 과도한 필링으로 홍조가 생긴 환자에게 홈케어 크라이오스틱을 처방했다. 하루에 여러 번 증상 나타날 때마다 사용하게 했더니 2주 만에 놀라운 회복을 보였다. 염증을 초기에 차단하니 악화 사이클이 끊어진 것이다.
냉각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염증 물질 방출을 억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증상이 나타날 때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홈케어의 가장 큰 장점이다.
주의해야 할 부작용들
하지만 잘못 쓰면 문제가 생긴다. 진료실에서 홈케어 디바이스로 인한 부작용을 심심찮게 본다.
LED 마스크를 하루 몇 시간씩 과도하게 사용해 피부장벽이 손상된 경우, 고주파 기기를 레티놀과 함께 매일 써서 얼굴 전체에 색소침착이 생긴 경우도 있었다.
"많이 할수록 좋겠지"라는 생각이 위험하다. 제품 설명서의 권장 사용 시간과 빈도에는 안전성 연구 결과가 반영되어 있다. 자신의 피부 타입도 모른 채 셀럽이 쓴다고 무작정 따라하다가 낭패를 본다.
미용 목적은 유지 관리용
솔직히 말하자. 가정용 LED나 고주파를 아무리 열심히 써도 병원 시술 효과는 나오지 않는다. 병원용과 가정용은 출력 자체가 다르다. 병원에서 한 번 받는 레이저가 집에서 몇 달 쓰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가정용 디바이스는 '극적인 개선'이 아니라 '꾸준한 유지'를 위한 도구다. 병원에서 레이저로 기미를 옅게 만들었다면, 집에서 LED로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 울쎄라로 리프팅했다면, 집에서 고주파로 그 탄력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지속시키는 것. 이게 현실적인 기대치다.
그런데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난다. 레이저 토닝 받은 환자가 LED 마스크를 샀다. 한 달 후 피부가 예상보다 좋았다. LED를 쓰면서 매일 거울을 보게 됐고,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일찍 귀가하게 됐다. 디바이스 자체보다 '제대로 관리해야지'라는 의지가 만든 생활 습관 변화가 더 컸던 것이다.
수십만 원짜리 기계를 샀다는 건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선언이고, 그 선언이 행동을 바꾼다. 이건 플라시보 효과가 아니라 자기 돌봄의 시작점이다.
바뀌어야 할 의사의 역할
의사들도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 "효과 없으니 쓰지 마세요"가 아니라 "이렇게 쓰면 효과적이고 안전합니다"로 바꾸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피부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피부과에서 진단받지 않고 디바이스부터 사면, 건성인데 클렌징 디바이스를 과도하게 쓰거나 민감성인데 고주파를 매일 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
홍조가 노화인지 내분비 질환의 신호인지는 전문가만이 판단할 수 있다. 증상의 원인도 모른 채 디바이스만 믿다가 근본 문제를 놓치는 경우를 본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정기적으로 피부과에서 진단받고 어떤 디바이스가 자신에게 맞는지 상담받는 것. 그리고 필요하면 시술받고, 일상에서 홈케어로 유지하는 것. 병원에서 큰 개선을 만들고 디바이스로 유지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앞으로는 AI 진단과의 결합, 원격 의료 연동이 가속화될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을 진실이 있다. 피부는 전신 건강의 창이라는 것. 디바이스는 훌륭한 도구지만 진단과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수백 조 원 시장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나침반이 되어주는 게 의사의 역할이다. 결국 건강한 피부는 첨단 기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보려는 의지와 전문가의 정기적 점검에서 나온다. 여기에 적절한 홈케어가 더해질 때 시너지가 생긴다.
/전은영 닥터은빛의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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