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한국 조폭 총정리...카지노·보이스피싱·아바타 도박 '범죄 생태계'

파이낸셜뉴스       2025.10.30 08:13   수정 : 2025.10.30 10: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캄보디아에서 불거진 대규모 범죄단지 사태가 국내 조직폭력단의 해외 활동 실태를 드러내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이 지역으로 진출해 온 한국 조직들이 카지노와 성매매, 온라인 사기 등으로 범죄 생태계를 구축해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전문가들은 “국내 연계 조직부터 먼저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활동한 주요 한국 폭력조직으로는 서울 신림이글스파·영등포파, 안양 타이거파, 군산 백학관파, 나주 영산파, 대구 향촌구파, 포항 사보이파 등이 꼽힌다.

이들은 주로 카지노 원정 도박장이나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1980~1990년대 전국 3대 조직으로 불렸던 고(故) 김태촌의 ‘범서방파’를 뿌리로 둔 후신(後身)으로 전해진다. 2010년대 초중반, 호남 출신 조직원들이 캄보디아에서 큰돈을 벌자 타 지역 조직들이 잇따라 뒤를 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 단속이 강화되고 이권 다툼이 격화된 것도 ‘캄보디아행’을 부추겼다. 포항 사보이파의 경우 2017년 경쟁 조직과의 세력 싸움이 폭력 사태로 번지자 다수의 조직원이 캄보디아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동남아 각국으로 흩어졌던 한국 폭력조직들은 마카오, 필리핀, 베트남 등 국가별로 세력을 나눠 활동했지만, 2015년 검찰의 원정도박 수사로 일부 조직이 무너지며 판이 흔들렸다. 이후 세율이 낮은 캄보디아 카지노 시장으로 조직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 교민은 “시아누크빌에만 카지노 허가를 받은 업소가 120곳이 넘는다”며 “도박 빚을 갚지 못해 감금된 한국인이 구조를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은 건물 한 층을 특정 국가 조직에 통째로 임대해 ‘아바타 카지노’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아바타 카지노’는 현지 도박장을 생중계하면서 국내 이용자들이 영상 속 대리인을 통해 베팅할 수 있는 온라인 원격 도박 형태다. 실제로 유튜브 등에서는 ‘캄보디아 카지노’ 관련 생방송이 수십 개 이상 동시 진행되고 있다.

2020년대 중반 들어서는 이른바 ‘MZ 조폭’이라 불리는 신세대 조직원들이 본격적으로 캄보디아로 향했다. 과거처럼 특정 ‘파(派)’ 소속을 내세우기보다, 중국계 범죄조직과 손잡고 보이스피싱·로맨스스캠·대포통장 유통 등에 가담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한편, 한국 경찰은 최근 캄보디아 대규모 스캠 조직의 총책으로 조폭 출신 30대 남성을 지목하고 수사 중이다.
이 남성이 연루된 사건의 피해액은 120억 원대에 이르며, 한국 폭력조직원 20여 명이 공범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캄보디아 범죄조직과 한국 조폭 간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만종 호원대 명예교수는 “국내 중개자와 자금 흐름, 현지 권력과의 결탁 가능성까지 의심되는 복합 범죄 양상”이라며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통해 국내 연계 조직부터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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