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거품 꺼진 세종시… 거래량 80% 급감

파이낸셜뉴스       2025.11.02 18:45   수정 : 2025.11.02 18:44기사원문
대선 앞두고 급등했던 아파트값
지난달 말 매매 상승률 -0.09%
정치적 이슈 따라 급등락 반복



올봄 전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뛰었던 세종시 아파트값이 새 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식고 있다. 한때 '행정수도 프리미엄' 기대감에 들떴던 시장은 거래 위축과 공급 부담이 겹치며 반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단기 과열로 형성됐던 '버블'이 빠르게 꺼지고 있다는 평가다.

■거래량 80% 급감, 가격도 하락전환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4주(10월 27일 기준)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9% 하락했다. 전주(0.01%)까지는 상승 흐름을 이어갔지만 이번 주 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이 0.07% 상승하고 서울이 0.23%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이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부동산원은 "도담·어진동 등 준신축 단지 중심으로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세종 아파트값은 올해 초까지 하락세를 이어가다 4월 중순부터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며 상승세로 전환됐다. 4월 14일 주간 상승률이 0.04%로 플러스 전환한 뒤 4월 21일 0.23%, 4월 28일에는 0.49%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당시 나성동 '나릿재마을 6단지 한신더휴리저브'와 '나릿재마을 2단지 세종리더스포레' 등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랐다.

하지만 5월 이후 상승세는 둔화됐고, 새 정부 출범(6월 4일) 이후부터 꾸준히 낮아졌다. 9월 둘째주 -0.05%로 하락 전환했고, 10월 들어 낙폭이 커지면서 넷째주에는 -0.09%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 기준으로는 3월 10일 -0.14%가 최대 하락폭이었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번이 가장 큰 낙폭이다. 4월 말 고점(0.49%)에서 반년 만에 0.58p 떨어진 셈이다.

거래량 감소도 뚜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3일부터 11월 2일까지 7개월간 세종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510건으로, 전년 동기(2924건)보다 20% 늘었다. 하지만 거래가 몰린 시기는 4~5월뿐이었다. 4월 한 달 1528건으로 급등했던 거래는 5월 532건으로 줄었고, 10월엔 298건에 그쳤다. 불과 7개월 만에 거래가 80% 이상 급감한 것이다.

■천도론 반복에 '시장 피로감'만 남아

이 같은 흐름은 세종이 여전히 정책 신호에 민감한 시장임을 보여준다. 세종 아파트값은 2024년 한 해 동안 5.85% 하락했지만, 올해 1.64%(누계) 상승하며 전년 대비 7.5p의 등락폭을 보였다. 주요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큰 진폭이다. 다만 4월 이후 급등과 급락이 교차한 것은 정치적 요인에 따른 단기 매수세가 실수요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결국 일시적 반등에 그치며 시장엔 피로감만 남았다. 업계 전문가는 "매매보다 전·월세 중심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고, 매도자들도 가격을 낮추기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거래가 회복되지 않으면 가격 조정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시 집값은 과거에도 정치적 요인에 따라 큰 폭의 등락을 보여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여당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본격화됐던 2020년,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누적 44.93% 상승하며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천도론이 시들해진 2021년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서 -0.78%, 2022년 -1.26%, 2023년 -4.15%, 지난해 -5.85%로 낙폭이 점차 커졌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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