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CIA 출신 미국인 워싱턴 대관 핵심인사 교체
파이낸셜뉴스
2025.11.03 14:34
수정 : 2025.11.04 10:02기사원문
HMG워싱턴 사무소 근무 CIA 출신 미국인
지난 9월초 개인신상 이유로 사직
본사, 美워싱턴 대관 성과 부진에 답답함 토로
관세협상 과정서 현지 정보력 부족 등 지적
日 도요타 워싱턴 대관 70여명 vs. 현대차 20여명
한미 관세협상 타결 후 현지 대관 재정비 고심
현대차그룹 "CIA출신 채용·교체한 적 없어"
【뉴욕·서울=이병철 특파원 김학재 기자】현대차그룹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인사를 미국 워싱턴 현지 대관 핵심인사로 채용했으나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한미 통상당국간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숨 돌린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대관 시스템을 재정비할 방안을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산업계와 현지 관가에 따르면 HMG워싱턴 사무소에 근무중이던 CIA 출신 미국인 인사가 지난 9월 초 사직했다.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소재 LG에너지솔루션-현대차그룹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한국인들을 대거 체포한 뒤 해당 인사는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HMG워싱턴 사무소에서 정보국 출신 미국인이 1명이 그만뒀다"면서 "개인 신변 사정으로 그만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관상으로는 스스로 사직한 것이나, 해당 인사의 교체 과정에는 한미 통상당국간 협상 과정에서의 부실한 정보력과 조지아 공장 급습에 대한 사전 인지 미흡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와 현지 관가의 지배적인 시선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워싱턴 대관 조직을 트펌프 대통령 취임 뒤 강화하기 위해 전직 CIA 인사를 워싱턴 대관 핵심으로 뽑았지만 크게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본 듯 하다"면서 "관세 협상 과정에서 사전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정의선 회장이 직접 백악관에서 210억 달러(한화 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혔으나, 미 당국의 자동차 관세율 25%를 적용받는 등 통상 이슈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었다.
이 과정에서 미 당국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 수집량이 부족하고, 워싱턴 관가의 움직임 파악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 속에 현대차그룹 본사에서도 답답함을 토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2기 정부를 맞아 미국 내 대관 업무 강화를 위해 미 공화당 출신 드류 퍼거슨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HMG워싱턴사무소장으로 선임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워싱턴사무소를 통해 대관 업무를 진행해왔으나, 그룹 차원의 총괄 대관 조직을 구성하면서 의욕적으로 활동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약 70여명에 달하는 경쟁사 도요타그룹 워싱턴 현지 대관과 달리, 현대차그룹의 대관 규모는 20명 안팎 수준으로 규모나 예산 면에서도 크게 밀리는 등 미국발 대외 정책 이슈 대응에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에서도 정보당국 출신 인사들을 활용하는데 현대차는 이번엔 '양 보다 질'이라는 전략으로 나선 듯 하다"면서 "이미 미국 현지 생산에 정착한 도요타그룹 같은 기업과 이제 막 시작단계를 넘고 있는 현대차그룹 상황을 비교하기 어렵지만 대관 라인 재정비 고심도 커질 듯 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HMG워싱턴사무소에 CIA 출신 인사를 대관 담당자로 채용하거나 교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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