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있어도 '꼬리물기'와 '신호 무시'...동행 단속 나가보니

서울청, 'Re-디자인 프로젝트' 시동...박정보 서울경찰청장 1호 사업
연세대 교차로 한복판 멈춘 차량, 출근길 시민·학생 발 묶여
1시간 동안 7건 단속, 15건 계도
경찰 "없어도 교통 질서 지키는 문화 필요"

[파이낸셜뉴스] "좌회전하는 버스 꼬리물기가 심해요"

4일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앞 삼거리. 신호가 바뀔 때마다 차량이 교차로 한가운데서 멈췄고, 뒤따르던 버스가 잇따라 정지했다. 등굣길 대학생 A씨는 "버스가 횡단보도를 막아서 신호가 바뀌어도 못 건너는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종로구, 강남구, 서대문구 등 서울 전역에서 시민 중심의 '서울교통 Re-디자인 프로젝트' 첫 단계로 '속 시원한 교통단속'을 실시했다.

출퇴근 시간대 교통정체를 유발하는 대표 위반행위인 '꼬리물기'와 '끼어들기'가 단속 대상이다.

연세대 정문 앞에는 오전 7시부터 서울경찰청 교통기동대와 서대문서 교통과 소속 경찰관들이 배치됐다. 경찰은 도로 한복판에서 교차로 진입 차량을 수신호로 통제하며, 정체 구간에 억지로 들어선 차량은 갓길로 유도했다. 경찰관은 창문 너머로 위반 사유를 설명했고, 일부 운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를 받았다.

맞은편 차로에서는 꼬리물기로 들어오던 시내버스 한 대가 교차로 중앙을 막았다. 경찰관이 버스 앞을 가로막아 운전석을 확인했고, 그 뒤로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횡단보도에서는 학생과 직장인 수십명이 신호를 기다리며 이 장면을 지켜봤다. 도로 옆에는 순찰차와 경찰관이 대기했고, 무전기에서 단속 상황이 잇따라 전달됐다.

서대문경찰서는 이날 연희IC, 홍은사거리, 독립문사거리 등 혼잡 구간에도 교통경찰을 배치했다. 연세대 앞 교차로에서는 총 7건을 단속하고 15건을 계도했다. 같은 날 서울 전역에서는 출퇴근 시간대 총 252건(단속 109건·계도 143건)의 위반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꼬리물기가 94건, 끼어들기가 132건이었다.

꼬리물기는 신호가 녹색에서 적색으로 바뀌었는데도 앞차를 따라 교차로에 진입하는 행위다. 교차로 한복판에서 차량이 멈추면 다른 방향 차량이 움직이지 못해 도로 전체가 막히게 된다. 교통체증의 '주범'으로 꼽히는 행위다. 도로교통법 제25조 제5항은 이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승용차는 4만원, 승합차는 5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날 현장을 지휘한 서대문서 관계자는 "경찰관이 현장에 있는데도 일부 운전자는 여전히 신호를 무시한다"며 "도로가 설계된 시기보다 차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출퇴근 시간 정체가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부터 다음달까지 두 달간 시민 제안 기반의 서울교통 Re-디자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시민이 QR코드나 온라인 창구를 통해 불편·위험한 교통환경을 제보하면 경찰과 관계기관이 현장 점검 후 개선에 나서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물론 자치경찰위원회, 한국도로교통공단 등도 협력 기관으로 참여한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의 1호 사업이다.

최병하 서대문경찰서 교통안전계장은 "출퇴근 시간대 교통 정체가 반복돼 시민 불편이 크다"며 "법규를 준수하고 정상 운행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꼬리 물기, 끼어들기 등을 금지하고 법규를 준수해 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e-mail] 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