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인력난 3781명 부족…'완충재' 직무 전환도 실종
파이낸셜뉴스
2025.11.08 07:30
수정 : 2025.11.08 07:30기사원문
자동차 인력 부족 1년 새 16% 늘어...직무 전환도 급감
해외·타 산업으로 인재 유출…고급 인재 확보도 우려
[파이낸셜뉴스] 국내 자동차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며 2년 새 부족 인원이 1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족 인력의 70% 이상이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차 분야에 집중됐다. 인력 수급의 완충재 역할을 하던 직무 전환마저 사라진 가운데 인재들이 국내외 반도체, 개발 등 타 산업으로 옮겨가면서 장기적 기술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인력 부족 1년 새 16% 늘어...직무 전환도 급감
8일 한국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자동차 산업 인력 부족 규모가 378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3266명 대비 515명(15.8%) 증가한 수치로, 자동차 산업 현장에서 인력 부족이 악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업종별로는 내연차-미래차 공용 부품군(2318명), 내연차 전용 부품군(712명), 미래차 부품 관련(431명) 순으로, 미래차 관련 인력 부족 인원이 2749명에 달해 전체의 72.7%를 차지했다.
미래차 전환으로 관련 연구개발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해 장기적으로 기술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 산업이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타 산업과 융복합되면서 세분화된 전문 인력이 필요해졌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기술 개발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 연구개발 인력은 1만2561명이지만, 중국 BYD의 경우 연구개발 인력만 11만2000명에 달해 중국 기업 1개사의 1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 중소기업들은 인력 자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정부 지원을 통해 연구개발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향후 자율주행 등으로 소프트웨어, AI 등 분야에서 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인데 직무 전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타 산업으로 인재 유출…고급 인재 확보도 우려
자동차 산업의 인력 부족 원인으로는 반도체, 소프트웨어 개발 등 타 산업으로의 인재 유출이 꼽힌다.
최근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동차 산업에 대한 선호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기업들의 인력 수요가 아직 적은 편"이라며 "자동차 산업이 변화하는 생태계에 비해 보수적으로 인력 수급이 이뤄지며 인재가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인재의 해외 유출 역시 심각한 문제다. 해외와의 임금 격차로 인해 유능한 석박사급 인재가 해외로 떠나며 대기업 역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3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 이공계 인력의 해외 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 규모는 2010년 9000명에서 2021년 1만8000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미국에서는 연봉 수십억원을 주며 인력을 스카우트하지만, 한국은 임금이 많이 낮은 편"이라며 "유능한 인재 경쟁을 위한 연구개발 보조금의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