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안 떠도, 해발 4000m에도 공사 가능"...무인 굴착기가 움직인다

파이낸셜뉴스       2025.11.06 17:07   수정 : 2025.11.07 09:15기사원문
섬, 산골짜기...각국 어디서든 원격제어 가능
포스코이앤씨,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공동연구
안전성·효율성 동시에 높여
"소음·진동으로 인한 피로도 줄어"



【파이낸셜뉴스 여수(전남)=전민경 기자】"파도가 거세서 배가 안 뜨면 공사현장에 5일을 못 들어가기도 해요. 굴착기 원격제어 실증에 성공했으니 공사 지연 우려를 덜 수 있게 됐습니다."

포스코이앤씨가 국내 최초로 원격제어 굴착기 현장 실증에 성공했다. 사람과 장비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섬이나 산 골짜기,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서도 안전하게 공사를 할 수 있는 '혁신 기술' 개발을 이뤄낸 것이다.

지난 4일 전남 여수시 화태-백야 도로건설 현장 사무소에서 만난 정영도 포스코이앤씨 R&D센터 스마트안전기술그룹 인공지능로봇융합섹션 리더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정 리더는 "통신 설비 설치가 관건이었다"며 "원활한 수신을 가능하도록 해서 오지에서도 원격제어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23년 체결된 포스코그룹-HD현대 간 '건설 무인화 기술 개발 업무협약'의 후속 성과다. 포스코이앤씨는 현장 제공과 기술 운영 프로세스 설계 및 통신 인프라 구축, 경제성 분석을 담당했고 HD현대사이트솔루션는 자체 개발한 원격제어 굴착기와 조종시스템을 제공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인력 접근이 어려운 도서·산간현장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화태-백야 도로건설 현장의 제1공구 월호도 구간을 실증 현장으로 선택했다. 암반 굴착 작업이 많고 풍랑 등 기상악화로 월 평균 5일 이상 공사가 중단되던 곳이다.

월호도 현장과 약 5km 떨어져 있는 내륙의 현장 사무소에는 굴착기 운전 기능사의 브레이커 작업이 한창이었다. 기능사는 원격 조종 제어 스테이션에 마련된 총 3개의 모니터를 통해 현장 상황을 살피며 암반을 파쇄했다. 3개의 모니터는 △전방·좌우 시야 구현 △360도 어라운드뷰 △원거리에서 굴착기의 움직임 확인 등 제각기 역할이 달랐다. 360도 어라운드뷰 모니터에는 가까이에 사람이나 물체가 인지되면 빨간 경고등이 들어왔다.

접근감지 레이더 센서와 안전 경고등이 탑제됐으며 통신이 불안정하거나 장애물이 감지되면 즉시 작동이 중단된다. 사고 예방형 제어 시스템을 적용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다.

이번 실증을 통해 장시간 진동·소음에 노출되는 작업자의 피로도도 크게 줄였다. 기능사는 "원격으로 작업하니 소음이 덜하고 진동으로 인한 허리 통증도 완화됐다"며 "건축물이나 석산 파쇄, 폭발물 제거 작업 등 위험한 작업을 안전하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10분 가량 배를 타고 들어간 월호도에서는 해당 굴착기의 작업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무인' 굴착기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기능사의 조종에 따라 자연스럽게 작업하는 모습이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실증을 바탕으로 건설현장의 무인화와 스마트건설 전환에도 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운영 매뉴얼을 정립하고 국토교통부 스마트건설 표준시방서 반영도 추진한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도서산간 건설의 한계를 넘어설 기술적 해법을 확인했다"며 "스마트건설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가겠다"고 밝혔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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