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산층? 아닌데요"...1명도 의지할 곳 없는 '외롭고 불만족스러운 개인' 늘었다
파이낸셜뉴스
2025.11.06 16:00
수정 : 2025.11.06 16:00기사원문
SK그룹 산하 사회적가치연구원(CSES)
'2025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보고서'
성장률 회복세에 있지만, 심리 지표 후퇴
실제 중산층에 속해도, 중산층으로 인식 안해
통계청 중산층은 59.3%인데, 39.5%만이 "중산층이오"
'개인화', '학습된 무기력증'...사회적 자본 약화
우리 국민 중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비율이 39.5%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이 실제 소득을 기준으로 구분한 중산층 비중(59.3%, 2023년 기준)을 훨씬 밑도는 수치다. 객관적 소득 수준보다 자신의 경제·사회적 계층을 낮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의미다.
'개인화' 외로운 사람들 증가→경제심리 후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비율도 통계청 소득 기준 중산층 비중(59.3%)보다도 낮은 39.5%에 불과했다. 현실보다 더 부정적으로 자신의 경제·사회적 상황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다.
역설적이게도, 최근 경제 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경제심리 지표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2024년 2·4분기 한국의 GDP성장률은 마이너스(-)0.2%에서 2025년 같은 기간, 0.7%로 회복세다. SK 사회적가치연구원 측은 "한국 경제가 2025년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한 번 얼어붙은 국민들의 마음은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제, 사회, 삶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부정적 심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 이들의 마음,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경제 심리'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1명도 없다'는 비율이 2024년 4.1%에서 2025년 9.8%로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국민 10명 중 1명은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연구원 측은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1명도 없는 경우, 사회, 경제 문제가 삶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자신의 경제 수준을 비관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고 특정 사회문제에 편향되는 등 부정적 심리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나아가 경제 수준을 비관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사회에 대한 불만이 크고 자산의 삶과 직결되는 경제 문제 외에 환경 문제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력증' 확산...개인의 사회문제 해결 의지 후퇴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민들조차 지난 6년 사이에 '세금, 투자, 기부, 봉사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2020년 62.7%에서 2025년 53.5%로 9.2%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불매운동, 책임 있는 소비 활동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실제 행동한 경험도 2020년 34.54%에서 2025년 22.96%로 6년 사이에 11.6%p가 감소했다. 사회 개선을 위한 의지와 노력의 감소는 사회문제를 크게 키워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더 촉발시키는 등 부정적 심리를 확대시킬 수 있다. 사람간의 신뢰, 유대감 형성, 공동체 정신 등의 사회적 자본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는 "2025년, 경제 지표가 회복되는 듯 보이지만, 사람들의 '학습된 무기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이들의 부정적 심리를 긍정적 심리로 바꿔줄 사회적 자본 확대가 절실하다"며 "기업의 경쟁력 역시 숫자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힘에서 나오므로 기존과 다른 영리한 성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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