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동굴서 11만 마리가 만든 32평 거미집 발견...세계 첫 이종 협업 사례
파이낸셜뉴스
2025.11.08 15:35
수정 : 2025.11.08 15:35기사원문
경쟁 관계인 두 종 협력
폐쇄 생태계 속 공존 택해
[파이낸셜뉴스] 그리스와 알바니아 접경의 한 유황 동굴에서 약 32평(106㎡)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거미줄 군락이 발견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서로 경쟁 관계였던 두 종의 거미가 협력해 이 구조물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8일 프랑스 르피가로·리베라시옹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사피엔티아-트란실바니아 헝가리대학교 이슈트반 우라크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지하생물학(Subterranean Biology)에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
이 거미줄은 서로 다른 서식지에서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두 종의 거미가 공동으로 만든 것으로 첫 번째 종이 약 6만9000마리, 두 번째 종이 약 4만2000마리로 추정된다. 원래는 전자가 후자를 배척하는 성향을 보이지만 이번엔 공존을 택한 이례적인 사례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이슈트반 우라크 교수는 "이종 간 공동 거미줄 형성은 세계 최초로 보고된 사례"라며 "빛이 없는 동굴 환경에서 시력이 저하된 두 종이 갈등보다 공존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동굴 내부 생태계가 거미의 집단 서식을 가능하게 한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동굴 입구를 흐르는 유황 성분 개울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날파리의 먹이가 되고 날파리는 다시 거미의 주요 먹이가 되면서 폐쇄적 먹이사슬이 형성된 것이다.
또 동굴 내 거미는 외부 개체군과 유전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여 어두운 환경에 특화된 진화 과정을 거쳤음을 시사한다.
한편, 연구진은 이 사례가 동굴 생태계의 복잡성과 진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견이라며 해당 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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