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는 경기는 '진짜'가 아닐 수 있다"...믿었던 MLB마저 승부조작 파문 확산
파이낸셜뉴스
2025.11.11 08:00
수정 : 2025.11.11 08: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프로 스포츠의 심장부가 '스포츠 도박'이라는 이름의 독에 의해 빠르게 침식당하고 있다.
프로농구(NBA)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자부하던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마저 승부조작 사기에 무릎 꿇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스포츠 리그 자체의 근간을 뒤흔드는 경고장이다.
미 연방법원은 9일(현지시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마무리 투수 이매뉴얼 클라세와 선발 투수 루이스 오티스에 대한 공소장을 공개했다. 이들은 도박꾼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경기 내용을 조작했다. 그 수법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노골적이었다. 클라세와 오티스는 고의로 투구 속도를 낮추거나,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난 공을 던졌다. 이는 투구의 속도나 결과에 돈을 거는 온라인 스포츠 도박 시장을 겨냥한 명백한 사기 행위였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이들은 지난 7월 MLB에 의해 일시적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그 배경에는 이들이 등판한 경기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베팅이 포착되었기 때문이었다. MLB는 이 사기 정황을 포착하고 즉시 당국에 수사를 의뢰했고, 결국 FBI는 이날 공항에서 오티스를 체포했다.
이러한 승부 조작 스캔들은 NBA에서 이미 터져 나왔다. 지난달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촌시 빌럽스 감독,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등에서 활동했던 데이먼 존스, 마이애미 히트의 현역 선수인 테리 로지어 등 전·현직 NBA 선수들이 FBI에 체포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 최고를 자처하던 NBA와 MLB 경기는 이제 사기 사건으로 얼룩졌다. 이는 리그의 명성과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것은 물론, 팬들에게 스포츠의 순수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승부 조작은 리그를 망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당국의 대대적인 수사와 리그 차원의 강도 높은 자정 노력 없이는, 미국 프로 스포츠는 팬들의 외면 속에서 서서히 붕괴할 것이라는 냉혹한 경고등이 서서히 켜지기 시작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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