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강화'에 日 4~9월 철강 수출, 25년만 최저치

파이낸셜뉴스       2025.11.11 11:31   수정 : 2025.11.11 11:31기사원문
일본 올해 4~9월 철강 수출량 전년동기비 6.1% 감소
중국 저가 공세에 각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영향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의 올해 4~9월 철강 수출량이 전년동기 대비 6% 감소하며 2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각국이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자 일본산 철강 제품의 수출 시장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일본철강연맹에 따르면 올해 4~9월 일본의 철강 수출량은 1508만t으로 전년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이는 2000년(1496만t) 이후 최저치이며 코로나19 사태로 경제활동이 위축됐던 2020년(1533만t)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일본은 연간 8000만t대 철강을 생산하는데 이 중 약 40%가 수출용이다. 이 때문에 수출 부진은 철강업계 수익 악화로 직결된다.

한 증권사 철강 애널리스트는 “수출이 줄어든 만큼 일부 물량을 국내로 돌리고 있어 공급 과잉이 국내 철강 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철강 수출량 감소 이유는 중국이 저가 철강을 대량 수출하면서 철강 제품을 둘러싼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세계 반덤핑조사는 41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들어 지난달 기준 24건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사도 올해 5건으로 이미 2024년 전체(2건)를 넘어섰다.

일본 역시 보호무역주의의 파도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2024년 이후 일본산 철강 제품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조사 건수는 7건에 달한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일본과 이집트 등의 열연강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해 올해 9월 반덤핑 관세 부과를 최종 결정했다.

같은 달 냉연강판에 대해서도 일본 등을 대상으로 새 조사를 착수했다.

일본의 주요 수출국인 한국도 올해 7월 일본과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잠정 판정을 내렸다. 반덤핑 관세가 실제 부과되면 일본산 강재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4~9월 EU향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65%, 한국향은 16% 각각 감소했다.

반덤핑이나 세이프가드 조치가 실제로 발동되지 않아도 수출이 줄어드는 사례도 많다.

한 일본 철강 상사의 수출 담당자는 “일본 철강사들은 반덤핑 조사가 시작되지 않더라도 통상 마찰을 우려해 수출을 스스로 줄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봄 베트남에서 일본산 철강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자 일본 업체들이 수출을 자제한 사례도 있었다. 그 결과 베트남향 철강 수출은 올해 4~9월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주요 수출국들이 이처럼 장벽을 높이자 일본 철강 제조사들은 중동·남서아시아 등 원거리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지역들은 자국 내 철강 산업이 취약해 외국산 제품에 대한 보호관세 조치가 비교적 적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한 수출 담당자는 “이 지역은 운송비 부담이 크고, 같은 전략을 쓰는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 실질적인 성장 여지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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