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88%' 마약조직 또 적발…추방된 총책, 국내 유통망 재가동

파이낸셜뉴스       2025.11.11 12:00   수정 : 2025.11.11 12:00기사원문
총책 A씨, 2년 전 마약 9㎏ 국내 유통 전력
시가 55억원 상당 필로폰 압수

[파이낸셜뉴스] 국외로 강제추방됐던 중국 국적의 조선족 마약조직 총책이 국내 유통망을 다시 꾸리다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11일 중국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로 조선족 총책 A씨(44)와 공모해 수도권 일대에 필로폰을 유통한 일당 12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조선족으로 확인됐으며, 56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이들에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을 비롯해 형법상 특수상해미수,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 위반,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2019년 수원지법에서 필로폰 소지·수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중국으로 강제추방됐다. 그는 2023년에도 친인척과 고향 지인들을 동원해 국내에 시가 300억 상당의 필로폰 9㎏을 유통하고, 조직의 총책으로 지목돼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에 올랐다. 당시 아내와 조카, 고향 친구 등을 핵심 조직원으로 끌어들여 6개국 밀수 총책들과 연계해 대규모 마약을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기존 국내 유통망이 수사로 와해되자 조선족 중심의 신규 유통망을 꾸려 재건을 시도했다.

조사 결과, A씨의 지시를 받은 유통책 56명은 2023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수도권 주택가 우편함 등 3058회에 걸쳐 필로폰 1890g을 은닉하고 좌표를 A씨에게 전달했다. 매수자 66명은 SNS를 통해 받은 좌표에서 필로폰을 회수한 뒤 주거지 등에서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피의자 가운데 108명이 조선족으로 파악됐다. 유통책 56명 중 49명, 매수·투약자 66명 중 59명으로 약 90%의 비율이다. 밀입국한 조선족 유통책 1명은 타인의 신분을 도용했으며, 유통책 B씨(30대)는 검거 과정에서 잠복 중인 형사를 회칼로 위협하기도 했다. B씨는 경쟁 조직간 세력 다툼과 검거에 대비해 차량에 무기 등을 싣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야구배트·회칼·무전기 등 범행 도구를 압수하고, 범죄수익 2950만원 상당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를 했다. 함께 압수된 필로폰 1660g은 시가 55억원 상당으로 약 5만5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조사 과정에서 유통책들은 '던지기 수법'을 고도화해 인적이 드문 사찰·낚시터·야산 등지에 마약을 숨겨 추적을 피했다. 대화 종료 후 SNS 내용을 즉시 삭제하고, 수고비는 중국 내 결제 서비스나 현금 던지기 방식으로 전달받는 등 수사망을 피해왔다.
이들은 폐쇄적인 조선족 네트워크를 활용해 마약을 유통·투약했으며, 속칭 '드라퍼'들은 마약 전달 1건당 1만~2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며 "총책들은 유통책을 일회용 소모품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결국 구속과 중형, 범죄수익 전액 환수라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경찰은 내년 1월까지 시행 중인 '하반기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과 연계해 밀수입·대규모 유통 사범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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