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 급등·증시 호황에...국내 채권펀드 2조원 '썰물'

파이낸셜뉴스       2025.11.12 14:09   수정 : 2025.11.12 16: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고채 금리가 연일 급등한 가운데 증시마저 호황을 이루면서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돈을 빼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중 최고치로 치솟자 펀드 수익률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한 달 사이 2조원 넘게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 382종에서 최근 한 달만에 총 2조425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연초부터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지만 지난달을 기점으로 순유출로 전환됐다.

지난달부터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채권 투자 수익률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투자자들이 서둘러 자금을 뺀 결과로 풀이된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여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831%로 마감했다. 지난 7일에는 연 2.894%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는데, 지난달 10일 연 2.591%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30bp(1bp=0.01%p) 넘게 급등한 셈이다.

국고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것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실상 소멸된 때문이다. 기준금리 조정의 주요 변수가 되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도 꺼지지 않는 데다, 최근 환율까지 급등한 가운데 외국인들의 국채 선물 매도 강세도 높아졌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좀처럼 부동산 과열이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자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가 물 건너 갔다는 의견이 확대되면서 국고채 금리 급등을 부추겼다"며 "이재명 정부의 '슈퍼 예산'에 내년 채권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선반영 되면서 국고채 금리를 더욱 밀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최근 증시 호황으로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나타나면서 채권 투자 매력도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상품별로 보면 만기매칭형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와 국고채 3년물 금리 흐름을 추종하는 ETF에서 자금이 대거 유출됐다. 지난 한 달간 'KODEX 26-12 회사채(AA-이상)액티브'에서 2649억원, 'KODEX 국고채3년'에서 240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전체 ETF 중 자금 순유출 규모 2위, 5위에 해당한다.

특히 회사채 ETF에서의 자금 유출이 컸던 것은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여전채 스프레드를 확대시킨 때문이다. 코스콤 본드CHECK에 따르면 여전채 AA- 등급 3년물 금리(민평 3사 평균)와 국고채 3년물 금리의 격차를 뜻하는 여전채 스프레드는 전날 기준 47.5bp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39.6bp) 대비 7bp가량 확대됐다.


한시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회사채 ETF에는 여전채 비중이 높은데, 국채 금리 변동성 확대로 채권시장 전반 투자심리가 약화된 가운데 연말 북클로징을 앞두고 일시적 수급 요인으로 여전채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재 금리 구간에서는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망이다. 박태근 신한투자증권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부의 성장 중심 예산 확대 기조, 미 연준 의장 차기 인선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내년까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소멸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급등, 크레딧 스프레드도 확대됐다"며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되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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