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서울대생, 반수 마음가짐으로 왔다" 2026 수능, 서울 곳곳 시험장 풍경

파이낸셜뉴스       2025.11.13 15:02   수정 : 2025.11.13 17:57기사원문
간절한 수험생들 "수능 잘봐서 원하는 대학 가고 싶다"
"우리 딸 시험 잘봤으면" 학부모 눈물 '글썽'
경찰, 순찰차 후송 등 수험생 234명 지원

[파이낸셜뉴스] "'원래 서울대생인데 반수하러 왔다'는 마음가짐으로 수능에 임하겠습니다." 

13일 오전 7시 30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장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고3 수험생 장모양(19)은 "수능을 잘 봐서 서강대에 가고 싶다"며 이같이 희망했다.

이날 수능이 실시되는 서울 곳곳의 시험장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손에 도시락통을 든 수험생은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른바 '수능 한파' 없는 10도 안팎의 포근한 기온 덕에 수험생의 옷차림은 비교적 가벼웠다. 트레이닝복에 후리스나 후드집업 차림을 한 학생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일부 수험생들은 친구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포옹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 김모군(19)은 "정시 원서만 쓸 거라 더 긴장이 된다"며 "부모님께는 '떨려도 시험을 잘 치르고 오겠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손모군(19)은 "특히 첫 시험인 국어영역이 긴장된다"면서도 "늘 하던 것처럼 열심히 시험을 치를 거라 후련한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용산구 용산고등학교 앞에는 이른 시간부터 배문고등학교 학생회 응원단이 자리 잡았다. 1·2학년 학생들은 피켓을 흔들며 선배들을 향해 "수능 대박"을 외쳤다. 배문고 학생회 소속 이동진군(18)은 "선배들의 수능이 끝나면 우리의 시작"이라며 "지금까지 준비해 온 대로만 잘하시라"고 응원했다.

학부모 응원단은 따뜻하게 데운 보리차와 간식 봉투를 나눠줬다. 수험생이 지나가면 "힘내", "하던 대로 해" 같은 짧은 격려가 이어졌다.

구로동에서 온 양일영씨(49) 부부는 아들 문형군(19)을 들여보낸 뒤에야 직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내 이미선씨(43)는 "어제 예비소집부터 함께 오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며 "평소처럼 먹고 힘냈으면 해서 좋아하는 반찬을 넣었다"고 했다.

자녀를 시험장으로 들여보낸 뒤 눈시울을 붉힌 학부모도 있었다. 학부모 김모씨(56)는 "딸을 수험장에 보내고 나니 눈물이 난다"며 "긴장하지 말고 소신껏 잘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입실 시간이 가까워지자 교문 앞은 분주해졌다. 오전 8시 5분께 한 수험생 수송지원 차량이 급히 정문 앞에 멈춰 섰고, 차에서 내린 학생이 가방을 멘 채 헐레벌떡 교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어 8시 7분께 또 다른 차량이 도착해 또 한 명의 수험생을 내려줬다.

수험생 수송 지원에 나선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 소속 안명렬씨(62)는 "문래역에서 여의도여고까지 왔다"며 "오는 내내 늦을까 봐 마음을 졸였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230명이 넘는 수험생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시험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순찰차 수송 134건 △에스코트 36건 △수험표 찾아주기 16건 △주정차 차량 이동 등 기타 48건으로 수험생에게 총 234건의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이날 오전 5시 43분께 경기 서해안고속도로 팔탄JC 서울방향 인근에서 교통사고로 전 차로가 통제되자, 수험생을 순찰차에 태워 서울 중구 소재 이화여고까지 약 50㎞를 수송했다.

대전경찰청 중부경찰서는 오전 7시 57분께 수험생이 지갑을 놓고 나와 시험장까지 뛰어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 순찰차에 태워 수험장까지 2㎞가량을 수송했다.


경찰은 수능 종료 시까지 시험장 주변 경음기 사용 등 소음 유발요인에 대해 신속 조치하고, 종료 이후 미성년자 음주·무면허 운전 등에 대한 예방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서지윤 최승한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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