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내 80% 재발하는 난소암…유지요법으로 생존률 높여
파이낸셜뉴스
2025.11.14 04:00
수정 : 2025.11.14 08:08기사원문
암치료, 완치 넘어 지속생존에 초점
1차항암 이후 일정기간 계속 약물 투여
남은 암세포 성장 막는 치료법 급부상
맞춤약 승인받은 올라파립이 대표적
부산대병원 "안정적 일상 살도록 도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복부 팽만감이나 소화불량, 복수 등 다른 질환과 혼동될 수 있는 비특이적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 "치료가 끝나도 끝이 아니다"
재발할수록 암세포는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되고 치료 반응률이 떨어지면서 점차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의 선택지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난소암 환자에게 치료 이후의 관리, 즉 '유지요법(maintenance therapy)'은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단계가 된다. 유지요법은 1차 항암치료 후에도 일정 기간 약물을 계속 투여해 남아 있을 수 있는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재발 시점을 늦추는 치료 전략이다.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환자가 더 오래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삶의 질을 지킬 수 있게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서동수 교수는 "과거에는 수술과 항암치료가 끝나면 환자와 의료진 모두 불안한 마음으로 재발 여부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PARP 억제제'의 등장으로 난소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치료가 끝나도 약물로 재발을 억제하고, 환자가 가족과 함께 보다 안정적인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연속 치료'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PARP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데 중요한 효소인데 이 효소를 억제하면 암세포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지 못해 결국 사멸하게 된다.
이 중에서도 '올라파립'은 2015년 백금 기반 항암요법에 반응한 재발성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 유지요법으로 처음 승인된 약물이다. 이를 통해 난소암 치료는 단순한 '수술-항암-경과관찰' 단계를 넘어 '수술-항암-유지요법'이라는 새로운 치료 흐름을 갖추게 됐다.
서 교수는 "올라파립은 단순히 재발을 늦추는 수준이 아니라, 환자의 생존율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치료제"라며 "치료 후에도 암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정적으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약물"이라고 설명했다.
올라파립의 효과는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DNA 복구 기능이 부분적으로 손상된 상동재조합결핍(HRD) 양성 환자에서도 의미 있는 치료 혜택이 확인됐다.
■ 국내외 가이드라인인 '표준 유지요법'
이에 국내외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도 PARP 억제제 유지요법을 난소암 치료의 핵심 전략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한부인종양학회는 새로 진단된 진행성 난소암과 백금민감성 재발성 난소암 환자 모두에게 PARP 억제제 유지요법을 권장하고, 치료 종료 이후에도 암세포 성장을 억제해 재발 위험을 낮추는 지속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역시 BRCA 변이뿐 아니라 HRD 양성 환자에서도 PARP 억제제 유지요법이 재발 억제에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난소암 환자에게 재발은 단순한 치료 과정의 반복이 아니다. 그 자체가 '삶의 질'을 갉아먹는 두려움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치료의 목표는 단순한 생존 연장이 아니라, '암 없는 일상'을 가능한 오래 유지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 교수는 "난소암은 치료 이후에도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PARP 억제제 유지요법은 환자에게 '치료의 연속성'을 제공하는 접근법"이라며 "환자가 안정적으로 사회와 가정으로 복귀하고, 치료의 효과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난소암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암 치료의 패러다임은 단순히 종양을 없애는 '완치' 중심에서, 암과 함께 살아가는 '지속 생존'의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난소암처럼 재발률이 높은 암일수록 이 접근은 더욱 중요하다.
올라파립을 비롯한 PARP 억제제는 바로 이 변화를 실현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다. 치료 종료 후에도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재발 시점을 늦추는 유지요법은, 환자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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