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유네스코 자문기관 공문에 회신 안 한 이유…"영어 몰라서"
파이낸셜뉴스
2025.11.14 06:51
수정 : 2025.11.14 16: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의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요청한 유네스코 권고를 전달한 국가유산청의 공문에 황당한 이유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의 공문에 대해 '영어 원문이라 정확한 의미 파악을 할 수 없다'고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회신 공문에 "종묘 관련 이코모스 검토 의견서가 영어 원문으로 작성돼 전문 분야인 문화재 사항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어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국문으로 번역된 이코모스 검토 의견서 회신을 요청한다. 이코모스에서 검토의견서 작성 시 참조한 문서가 필요하니 참조문서 일체를 국문으로 함께 회신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을 처음 보도한 MBC에 따르면 유산청은 지난 5월 28일 원본 문서의 주요 내용을 국문으로 번역한 내용을 담아 다시 공문을 보냈지만, 서울시는 또다시 답을 하지 않았다.
넉 달 뒤인 9월 23일에도 검토보고서의 권고사항을 포함해 보내면서 “권고사항 이행의 적극적인 협조와 방안 마련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했지만, 여전히 서울시는 권고 이행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한 달 뒤인 10월 30일 최고 건물 높이를 141.9m까지 높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 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에서 “극우 인사 모스탄을 세금으로 모셔 올 때는 구구절절 영어로 친절히 메일까지 보내던 서울시가 정작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종묘 보존을 위해 보낸 공식 검토보고서에 대해서는 ‘영어라 의미 파악이 어려워 대응 마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면서 서울시의 ‘선택적 영어 문맹’을 꼬집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운 4지역은 19년 동안 열세번의 문화재 심의를 받아왔고 종로 일대의 슬럼화 역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서울시는 유산청과 지역 주민 등 관계주체들의 협의가 원만히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해 대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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