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의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요청한 유네스코 권고를 전달한 국가유산청의 공문에 황당한 이유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의 공문에 대해 '영어 원문이라 정확한 의미 파악을 할 수 없다'고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은 국가유산청이 지난 4월 7일 세운 재정비촉진계획이 종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해 달라는 유네스코 자문기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의 검토 보고서 원문과 권고사항을 조치하라는 공문을 시에 보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회신 공문에 "종묘 관련 이코모스 검토 의견서가 영어 원문으로 작성돼 전문 분야인 문화재 사항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어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국문으로 번역된 이코모스 검토 의견서 회신을 요청한다.
이 같은 사실을 처음 보도한 MBC에 따르면 유산청은 지난 5월 28일 원본 문서의 주요 내용을 국문으로 번역한 내용을 담아 다시 공문을 보냈지만, 서울시는 또다시 답을 하지 않았다.
넉 달 뒤인 9월 23일에도 검토보고서의 권고사항을 포함해 보내면서 “권고사항 이행의 적극적인 협조와 방안 마련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했지만, 여전히 서울시는 권고 이행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한 달 뒤인 10월 30일 최고 건물 높이를 141.9m까지 높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 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에서 “극우 인사 모스탄을 세금으로 모셔 올 때는 구구절절 영어로 친절히 메일까지 보내던 서울시가 정작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종묘 보존을 위해 보낸 공식 검토보고서에 대해서는 ‘영어라 의미 파악이 어려워 대응 마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면서 서울시의 ‘선택적 영어 문맹’을 꼬집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운 4지역은 19년 동안 열세번의 문화재 심의를 받아왔고 종로 일대의 슬럼화 역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서울시는 유산청과 지역 주민 등 관계주체들의 협의가 원만히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해 대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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