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단 3대?' 전설의 슈퍼카 위치한 도요타자동차박물관
파이낸셜뉴스
2025.11.16 06:00
수정 : 2025.11.19 20:0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나가쿠테=서혜진 특파원】 "렉서스가 만든, 전세계에 단 3대만 존재하는 전설적 슈퍼카"'렉서스 LFA 스파이더'의 노란색 바디가 쏟아내는 존재감에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4.8리터 V10이 만들어냈던 전설의 9000rpm 사운드를 실제로 들을 수는 없었지만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여운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 곳에는 '렉서스 LFA 스파이더'를 포함해 희소하고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차량 150여 대가 전시돼있었다.
도요타자동차가 창립 5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989년 4월 설립한 이 박물관은 자사의 역사와 유산을 중심으로 하는 통상적인 자동차 제조사의 박물관과는 달리 세계의 자동차 역사 전반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전시 차량 중에는 도요타의 차량들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유명 제조사들의 진품 차량들에 비하면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차량은 '도요타 AA 모델'이다. '도요타 AA'는 1936년에 등장한 도요타의 첫 양산 승용차다. 도요타가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로 성장하게 된 역사적 제1호 모델이다.
이 모델은 당시 대부분 배달용, 업무용으로 쓰여 남아 있는 실물이 거의 없다. 이에 도요타는 실물 자료와 설계 도면, 기록을 바탕으로 2008년 재현 모델을 제작해 박물관 대표 전시물로 세웠다.
'도요타 AA'를 뒤로 하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본관 2층으로 가게 되면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전시 차량들이 나타난다. 본관 2층은 자동차 시대의 시작부터 제2차 세계대전 시기까지 망라하는 총 8개의 구획으로 나뉘어져 있다.
최초의 가솔린 엔진 자동차로 기록된 1886년 벤츠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물론 1899년에 등장한 베이커 일렉트릭 전기자동차, 1909년도에 등장한 스탠리 E2 증기자동차도 전시돼 있다. 야스히로 사카키바라 도요타자동차박물관 관장은 "1900년대에는 증기자동차 40%, 전기자동차 40%, 가솔린 자동차 20% 비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첫 수입차는 1898년 프랑스 파나르 에 르바스 모델이다. 일본에서 자동차 대량 생산이 시작된 것은 1930년대 미국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이 일본 요코하마와 오사카에 공장을 설립하면서부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모델이 바로 1936년 출시된 '도요타 AA' 모델이다. 포드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분석하고 일본 기술자들의 노하우를 결합해 만들어진 '도요타 AA'는 일본 최초의 본격적인 양산 승용차로 평가 받는다. 도요타는 이 모델을 통해 외국 기술의 모방을 넘어 ‘국산 자동차 제조’라는 새로운 영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전쟁 이후 일본 자동차 산업은 다시 한 번 변곡점을 맞는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며 자동차에 대한 대중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50~1960년대에 등장한 도요타 코롤라, 닛산 블루버드 같은 모델들은 일본 자동차 산업을 세계 시장으로 진출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기술 경쟁력, 연비, 품질을 내세운 일본차는 불과 수십 년 만에 글로벌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도요타자동차박물관은 이 격동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정교하게 풀어내며 자동차가 단순한 기계가 아닌, 한 나라의 산업·문화·생활을 움직인 거대한 동력임을 보여준다.
도요타자동차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은 지난달 29일 '2025 도쿄모빌리티쇼' 사전 언론 간담회에서 '센추리(Century)'를 독립 럭셔리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면서 "이는 앞으로 100년을 만들어갈 도전"이라고 선언했다.
도요다 회장은 1930년대 “일본은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는 말이 지배적이던 시절을 회고하며 도요타 최초의 기술 엔지니어 나카무라 켄야를 소개했다. 1938년 입사한 나카무라 켄야는 일본 기술력의 자존심을 걸고 최고급 대형 세단을 만들기 위해 도전한 인물이다.
도요다 회장은 “센추리 개발이 본격화된 1963년은 도요타가 자동차를 만든 지 30년이 되는 해였다”며 “전쟁이 끝난 지 고작 18년이 지나던 시점, ‘전통도 명성도 없는 도요타가 세계에 통할 최고급차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카무라 켄야는 흔들리지 않았다. 도요다 회장은 “전통은 나중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과 일본의 미학을 결합한 독창적인 고급차를 개발했다. 그 철학이 바로 '결코 같은 것은 만들지 않는다'였다”고 강조했다.
박물관을 걷다 보면 ‘센추리’에 담긴 정신이 일본 자동차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운 원동력과 맞닿아 있음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잿더미 속에서 산업 인프라를 재건하고, 기술을 축적하고, 세계 시장에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은 단순한 기업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일본 산업 전체가 성장해온 길이기도 하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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