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동맹을 가시화한 공동 팩트시트
파이낸셜뉴스
2025.11.17 06:30
수정 : 2025.11.17 06:30기사원문
그러면 이러한 도전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외교안보에서 리스크 직면시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첫 번째 옵션은 리스크가 크니 적당한 헤징(hedging)을 통해 직면하거나 닥치게 될 위험을 요리조리 회피하는 것이다. 두 번째 옵션은 리스크를 해부한 후 직면한 환경에서 기회로 전환할 요소를 찾아내어 실익의 파이를 넓히려는 능동전략이다. 전자의 옵션은 당장 직면한 위험회피는 가능하지만 중·장기적 리스크는 되레 키울 수도 있기에 미봉책으로 전락할 단점도 있다. 후자의 옵션은 위험을 직시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손실의 가능성도 감수하는 대신 잘만 돌파하면 이익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어느 옵션이 더 부합하는지는 국가의 내적 역량과 직면하고 있는 대외환경이라는 두 가지 변수의 조합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내적 역량측면에서 한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강국이고, 대외적 환경은 위협이 다층화·복합화되는 가운데 이를 상쇄해야 할 기존의 동맹 공식도 협상에 따라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이는 후자의 옵션이 실익에 유리한 기제를 제공한다.
2025년 11월 14일 공개된 공동 팩트시트는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이 두 번째 옵션을 채택하여 동맹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면서도 대칭동맹 완성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라는 특수성을 기회요소로 살려낸 대표적인 것이 한국 내 미국 선박건조 가능성, 조건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미국의 지지,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 프로그램 승인이다. 이 세 가지는 모두 미국의 기존공식이 관성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한 발짝도 나아가기 힘든 사안들이지만 동맹 리스크 우려와 동시에 부상한 협상이라는 멍석이 리스크를 기회로 전환이 가능한 유연적 공간을 조성해주었다. 특히 “동맹 현대화(Modernizing the ROK-U.S. alliance)”라는 표현이 공식적으로 적시되면서 한국이 GDP 대비 국방비 3.5% 증액, 250억불의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 카드를 제시하고, 이에 미국은 2006년 전략적 유연성 합의 아키텍처를 유지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공유하면서 핵협의그룹(NCG) 협력 강화를 받았다는 점에서 대칭적 교환의 역학이 가동되었다고 평가된다. 특히 대만에 대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대한 반대를 적시하면서도 역내 위협에 대해서는 미국의 억제 태세를 강조함으로써 한국의 역외 역할 주문에서는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었다. 이는 한국의 역할은 추후 유사시에 대미 레버리지 제고를 위한 카드로서 사용하지 않고 여전히 비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아가 조선 및 원자력 협력은 상호 윈-윈(win-win) 하는 분야라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한미동맹이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는 대칭동맹의 성격을 담아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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